판문점에 남북 軍수뇌부가 총출동한 이유는?

DMZ-NLL을 '평화의 지대'로…北 체육계 인사도 명단에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북한 수행원에 북한 군부의 '투 톱' 인사가 모두 포함됐다.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비무장'으로 만들기 위한 이른바 '평화정착' 논의가 이번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27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킨텍스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9명의 공식 수행원 명단을 발표했다. (☞ 관련 기사 : 문재인-김정은 역사적 첫 만남, 어떻게 이뤄지나?)

이 명단에 북한에서 국방 정책을 총괄하는 박영수 인민무력상과 남한의 합참의장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되는 리명수 총참모장이 포함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외에 정경두 합참의장도 남한 수행원 명단에 추가로 이름을 올리면서 양측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협의할 진용을 갖췄다.

남북의 군 수뇌부들이 판문점으로 총집결하는 셈이어서 정상급 의제인 비핵화 외에도 남북 평화 정착의 실질적 과제로 꼽히는 재래식 무기에 의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조치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비무장지대나 NLL(북방 한계선) 수역의 긴장 완화 조치에 합의할 경우, 적지 않은 성과가 될 수도 있다.

특히 DMZ를 실질적인 '비무장'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은 각자 2km 정도의 구간을 DMZ로 설정,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종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정전협정 65년이 지난 2018년 현재 DMZ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남한 60여 개, 북한 160여 개의 소초(GP)가 DMZ 내에 위치해 있으며 북한의 박격포와 고사총 및 남한의 중기관총 등 개인 소총 수준이 아닌 '중화기'가 DMZ 내에 반입돼있는 상황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 의제 중 하나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DMZ의 비무장화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남북은 이전에도 DMZ의 실질적 비무장을 위한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2005년 7월 판문점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 회담에서 남한은 DMZ 내 GP를 남북이 공동으로 철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남한은 DMZ 내 GP와 함께 중화기 철수 문제까지 거론했지만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은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DMZ 내 비무장화와 관련, 북한이 난색을 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군부 책임자 2명이 모두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된 만큼, '향후 논의한다'는 단서를 붙이더라도 DMZ 비무장화에 대한 진전된 입장이 도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북한 수행원 명단에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돼 남북 간 체육 교류 문제가 회담 의제 중 하나로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이었으며 체육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구체적인 남북 체육 교류 행사로 오는 8월에 열리는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2일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의 남측 대표단 단장으로 방북했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만나 아시안게임의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밖에 평창 올림픽 때 대표단으로 방문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수행원 명단에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과 만남을 가졌던 이들이 수행원으로 포함되면서 회담 내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내에서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은 비핵화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향후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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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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