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기식 거취, 선관위 해석받고 판단" 버티기 돌입

"국회의원 해외 출장, 민주당보다 한국당이 더 많아"

청와대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적법한지 여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12일 밝혔다. 김기식 원장을 해임할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석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조금 전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 사항을 보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선관위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선관위에 인사 문제에 대한 법적 해석을 맡기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청와대가 보낸 질의 내용은 네 가지다. 첫째,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가, 둘째, 피감기관 비용 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게 적법한가, 셋째,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 출장을 가는 게 적법한지, 넷째, 해외 출장 중 관광하는 경우가 적법한가다.

김의겸 대변인은 "물론 공직자의 자격을 따질 때 법률의 잣대로만 들이댈 수는 없고, 도덕적 기준도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더라도 그의 해외 출장 사례가 일반 국회의원들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과연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더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원을 받아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언급했다. 무작위로 국회의원들이 16개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간 경우가 167건이었는데, 이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간 것은 65건이고, 자유한국당 의원이 간 경우는 94차례로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의겸 대변인은 "이런 조사 결과를 볼 때 김기식 금감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었거나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 감각을 밑돌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김기식 원장을 두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관위 질의 중에 위법 사항이 나오면 김기식 원장의 임명을 철회하겠느냐는 질문에 "결과를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김기식 원장 임명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청와대는 인사 문제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고,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선관위에 떠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청와대가 이처럼 버티기에 돌입한 것은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김기식 원장을 일단 지키는 것이 더 큰 후퇴를 막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기식 원장에 대한 타격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증 능력'에 대한 비판과 직결된다. 야당에서는 김기식 원장을 검증하고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도덕성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기식 원장의 도덕성이 다른 국회의원 평균보다 더 높다고 판단했기에 실망감도 더 큰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도덕적 기준과 잣대가 무엇인지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기식 원장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물론이고 이날 정의당마저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같은 당 김두관 의원으로부터 "금감원장 문제 심각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더불어민주당이 대야 협상에서 쥘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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