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헌법'은 역사의 필연이다

[이충렬의 정권+교체] 한반도의 쌍(双) 지각변동(1)

1. 한반도의 쌍(双) 지각변동

한반도를 둘러싸고 거대한 전환기가 도래하고 있다.

밖으로는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협상의 앞길에 기복이 있겠지만, 전시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방경제의 새시대를 열 입구에 마침내 우리는 서게 되었다.

안으로는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촛불혁명이 진행중이다.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민심을 수렴하여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국회는 이제 싫든 좋든 자체 합의안을 만들든지 아니면 대통령 개헌안을 표결처리해야 한다.

안팎으로 벌어지는 이 대사변에서 특기할 사항은 진앙지의 에너지가 우리 내부에서 촉발되었다는 점이다. 몇 백년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이 중차대한 전환기를 촉발한 에너지는 '촛불혁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는 5천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에서 형성된 에너지에 의해 전쟁의 고통을 겪어왔다. 징기스칸이 세운 원나라가 70년간 침략하였고, 일본의 토요토시 히데요시가 7년간의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마침내 구한말에 조선을 식민지로 강점하였다.

우리가 외침에 대비못했거나 또는 내부의 분열로 썩어갈 때 외부의 충격에 의해 대참극에 빠져들거나 마침내 망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6년 가을 사실상 온 국민이 평화적으로 들고일어난 촛불혁명이 성공함으로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명실상부한 역사의 주체로 우뚝섰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대한민국을 명실공한 민주공화국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대장정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 글은 안팎의 격변 중에서 내부의 과제, 즉 '헌법개정을 통한 7공화국 성립'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2. 개헌을 둘러싼 합종연횡

개헌에 대한 문제제기는 항상 있어왔다.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갑작스럽게 대선이 치러지게되면서 개헌은 선거공약의 일부가 되었다. 모든 정당과 대선후보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개헌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약속에 따라 정부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국회 표결이라는 헌법적 절차를 따르기 위한 것이다.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국민투표에 회부되고,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새로운 헌법이 확정되어, 7공화국이 출범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엇박자가 발생한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촛불정부로 규정하고 이 정신에 기본하여 새로운 개헌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촛불정신은 국회로 넘어오면 갑자기 꺼져 버린다. 국회에 촛불정신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수(數)가 지배하는 곳이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촛불로 밝혀져도, 여의도는 정당별 의석수라는 마술이 지배한다. 그리고 수구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개헌 저지선을 무기로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어떻게 전진할 수 있을까? 탄핵이 가능했던 것처럼 노도와 같은 민심의 힘으로 국회를 압박할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4개의 국회교섭단체에만 맡겨두어서는 배가 산으로 올라갈 것은 명확하다.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이 65%정도에 이른다는 최근의 여론조사결과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새로운 물을 넣을 새로운 부대를 만들고 싶어한다.

자유한국당의 몽니를 살펴보자. 그들은 대통령 권력을 무력화한 사실상의 의원내각제를 원한다.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당 소속이라면 날이면 날마다 두 사람의 권력투쟁으로 지새게 될 것이 명확한데도 그들은 오불관언이다. 그렇다고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법을 비례성 원칙으로 바꾸자는 입장을 가진 것도 아니다. 더구나 그들은 6월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우려스러운 점은 대통령 발의를 둘러싸고 대통령 대 국회의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일부 언론의 프레임이다. 대통령의 당연한 발의권 행사를 국회를 무시하는 월권으로 치부하는 풍조가 그것이다.

민주당은 원칙과 타협의 경계선을 지혜롭게 조율해야 한다. 원내 세력만의 타협이라면 무원칙해지기 쉽다. 국민의 여망을 등에 업고 나갈 때 원칙을 지킨 타협노선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혹 자유한국당의 몽니로 이번에 개헌이 무산되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을 저버린 타협은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도 필요하다. 개헌의 기회는 다음 총선 이후 다시 한번 올 것이다.

3. 더 이상의 역전승은 없다

자유한국당은 '역전승'의 DNA를 믿고 있을 것이다. 현대사를 살펴보면 자유한국당의 뿌리는 역전승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류로 군림해왔다.

김구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세력이 48년 총선을 보이콧함으로써 친일파 세력은 대한민국의 주류로 무혈입성하였다.

87년 6월항쟁이후 민주화투쟁을 승리로 이끈 호남과 PK(부산경남)가 분열하자 노태우를 내세워 역전승을 거두었다.

노풍으로 들어선 참여정부에서 호남과 PK(부산경남)가 다시 분열한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을 기회삼아 차떼기당의 한나라당이 박근혜를 내세워 반전의 부활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과거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촛불민심이 문재인 정부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역전승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지난 수십년간 전가의 보도로 써왔던, 호남고립을 위한 지역주의와 빨갱이 만들기 색깔론도 이제 약발이 다했다. 아무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조차 구하지 못하고 구인난에 빠진 것이 그들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반성없는 그들은 오로지 막말로 스피커 용량을 키우는 최하급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4. 촛불혁명→촛불정부→촛불헌법

여의도만 바라보면 세상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적지않은 의원들이 촛불민심에 무관심하다. 선수가 올라가고 짠밥이 많을 수록 그 증세는 심하다. 국회가 개혁의 대상인데 주체로 착각하는 것이다.

국회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촛불혁명의 핵심적 내용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권력을 국회로 가져오는 것이 급선무라는 착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현재의 국회를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로 바꾸어야 한다는 외침은 왜 듣지않을까?

먼훗날 역사가들은 오늘의 시대를 촛불혁명의 시대라고 명명할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촛불정부가 탄생했고, 마침내 그 정신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촛불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서술할 것이다.

촛불정신을 구현할 헌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그 과정은 단 한번의 시도로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끈질긴 투쟁을 통해 마침내 쟁취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국회를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은 2년후 총선에서 촛불국회를 만들어 내는 것일게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이 결국 자신들을 살리는 지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조그만 양보에 인색하다가 더 큰 변혁의 흐름에서 도태된 세력의 사례는 역사에서 무수히 많다.

이때까지 보수의 혁신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그들에게 시대의 안목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몽니는 내일 민심의 거대한 분노를 초래할 것이며, 그들을 쓸어버릴 쓰나미로 들이닥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