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대통령 구속과 미투 이후 맞이한 개헌

[사회 책임 혁명]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갇히는 초유의 상황을 지켜보던 80대 후반의 노모가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대통령 하면 감옥 가는 것이 필수냐? ○○○도 두고봐야겠구나." 정직하게 살려고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이 품기 마련인 합리적 의심이다.

전직 대통령 세 명이 퇴임 후 연속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은 권력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됨됨이와 운용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가? '살아있는 권력'의 부패가 구조화된 것이 아니라고 확증할 수 있는가?


몇 년 전에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는 과정에서 동의하지 않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당시 정부는 그 사안을 청와대 비서관이 아니라 법무장관이 주도하도록 했다. 반면에 헌법 개정에 대한 동의가 많다고는 하지만, 현 정부가 이 사안을 법무장관이 아니라 청와대 비서관이 주도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헌법개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헌법에서 규정한 국무회의 심의가 통과의례 및 요식행위로 전락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과 정부 대변인을 놔두고 대통령 비서관들이 나선 것은 현재의 권력 구조에서 '청와대 중심적 사고'가 뿌리 깊게 작동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준비하던 개헌안 이후 10년이나 지났는데, 그동안의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선도해 왔지만, OECD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과 가장 낮은 출산율에서 보여주듯이 사회·경제·문화에서 좋지 않은 지표를 많이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3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 성수대교 붕괴, 외환 위기,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대참사 등은 압축 성장의 어두운 그림자이자 개발독재 연대의 시스템과 의식 및 문화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값비싼 교훈을 안겨주었다.

세계의 문제의식은 미래를 향해 진일보를 거듭하면서, UN으로 하여금 MDGs(새천년개발목표)와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를 제시하게 했다. 최근 '미투(#METOO)'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젠더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혁명적 양상으로 진전되고 있다. 일터에서 변화의 조짐이 생기고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크게 잘못된 세상을 숨겨 왔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2018년 개헌은 적어도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미래'를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성평등과 지속가능성을 전문에 반영하고 10대 과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포함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는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국가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정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과 "국가는 지구생태계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보전해야 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 지난 3월 23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는 '미투 촛불'이 타올랐고 참석자들은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지도록 국가의 책무를 강화하는 '성평등 개헌'을 촉구했다. 정부의 개헌안 설명에서 '젠더 의제'는 거의 부각되지 않았고, 사실상 부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에 이뤄지는 개헌이라면 권력 구조 핵심에 대한 성찰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ISO 26000, SDGs, 미투 이후에 이뤄지는 개헌이라면 새로운 표준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헌법이 세계적인 선례(先例)가 될 수 있는 영예를 포기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전직 대통령 문화'를 구조적으로 담보하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담아내고,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국가적 기획을 담아내는 적기(適期)가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조악한 노림수보다는 '지속가능한 미래 헌법'으로 후대에 귀감이 되겠다는 대국적 안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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