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발의 헌법, 지방정부에 막강 권한 준다

헌법에 '경제민주화'·'토지 공개념' 강화...'홍준표 방지' 조항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와 '토지 공개념'을 강화한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헌법상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는 '지방 정부'로 바꾸면서 지방 정부의 권한도 강화한다. 또 수도 이전은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1일 대통령 개헌안 가운데 '경제'와 '지방 분권' 분야를 공개했다. 개헌의 당위성에 대해 조국 수석은 "30년 전 헌법이 더 정의롭고 공정한, 그리고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의 운영 틀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 민주화 강화·토지 공개념 명시

먼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대기업들이 삭제해야 한다고 로비를 벌여온 '경제 민주화' 조항은 오히려 강화했다. 현행 헌법에는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규정하는데, 여기에 '상생'을 추가했다. 또 헌법에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진흥을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할 의무를 신설했다. 골목상권 보호 등을 위해서는 소상공인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했다.

헌법에 해석상으로 있었던 '토지 공개념'을 명시했다. 청와대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 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경제 조항 개정의 의미에 대해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성장하면 국민도 성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왼쪽), 김형연 법무비서관(오른쪽)과 함께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헌안 가운데 경제, 지방 분권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지자체 → 지방 정부'로 명칭 변경

지방 분권 조항에는 지방 정부의 실질적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국 수석은 "지방 분권 강화는 '수도권 대 지방', '효율 대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방 소멸은 수도권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분권은 '국가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이자 최고의 국가발전 전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개헌안에는 "대한민국을 지방 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지방 분권 국가'를 선언하도록 했다. 명칭에서도 '지방자치단체'는 '지방 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은 '지방 행정부'로 바꿨다. '국가자치분권회'를 신설해 중앙과 지방의 소통을 강화하도록 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자치 행정권과 자치 입법권을 강화했다. 지방 정부는 현재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었는데, 이를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제정할 수 있도록 바꿔 자치 입법권을 강화했다. 다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주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자는 취지다. 일례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경남도의회 조례'를 통해 공공 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원해 주민의 의료 접근권을 제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누리 과정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 정책에 대한 재원 부담은 국가가 지도록 했다.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 정부가 부담하고, 국가 또는 다른 지방 정부 위임 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다른 지방 정부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 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상 규정했던 '주민발안권', '주민투표권', '주민소환제도' 등은 헌법상 규정으로 격상시켰다.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방 분권 조항'은 개정 헌법을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개헌 자문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방 분권을 강화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선출되는 지방 정부와 함께 시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고 조국 민정수석이 밝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헌법이 아닌 법률로 수도를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밖에도 "공무원은 퇴직 후에도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공무원의 전관예우 방지 근거 조항'을 헌법에 뒀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의식한 조항도 있다. 조국 수석은 "관의 지배가 군림하는 문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여전했던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며 "헌법에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조국 수석은 "자치와 분권,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라며 "이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대선 후보 모두가 지방 분권 개헌을 주장하였고, 정치권이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 해소, 불공정 거래와 갑질 근절을 외치고 있다"며 개헌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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