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표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중요한 이유

[복지국가SOCIETY] 보증금 많으면 적용 제외?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국회가 운영하는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검색하면,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모든 내역들이 목록으로 뜬다. 참 좋은 세상이다. 2016년 5월 30일 제안된 백재현 의원 등의 법률 개정안부터 2017년 11월 9일 제안된 김관영 의원 등의 법률 개정안에 이르기까지 총 18건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제안 순서에 따라 잘 정리돼 있다.

이들 중 다수의 개정안들은 문제가 되는 일부 조항에 대한 부분적인 개선 방안을 담고 있고, 또 일부 개정안들은 전면적인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18건의 개정 법률안 모두가 현재 드러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나름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다. 그 중에서도 박주민 의원이 2016년 7월 21일 제출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전면적인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어떻게 제정됐나?

상가건물 임대 시장은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자유시장의 경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월적 위치에 있는 상가건물 임대인들에게 적절한 규제를 가함으로써 임차인을 보호하고 사회전체적인 이익을 구현하려는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다. 즉, 상가건물 임대 시장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영역이라서 법률을 통한 개입이 중요하다.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가치의 창출을 위한 노력보다 부동산의 소유를 더욱 권장하는 것이 된다. 실제로 건물주는 조물주 위에 있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널리 퍼져 있고, 청소년들의 미래 희망이 건물주가 되기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잘 비춰준다. 이런 세상은 구조적 불평등을 내재한 격차 사회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금수저가 아닌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희망을 잃어버릴 개연성이 크다. 당연히 경제적 활력이나 역동성도 떨어진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법적 권리를 합리적으로 배분하자는 취지로 만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2001년 12월 29일 제정됐고 2003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임차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거세게 제기됐고, 현역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던 민주노동당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여당 의원들과 함께 입법 청원 절차를 거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정을 추진했는데, 그때는 이 법률의 조속한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무부의 의견을 중심으로 법안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 법률은 임차인의 권리 보호가 미흡하고 법안의 내용들이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2003년 이후 10차례 개정됐다.

▲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상가 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 제한, 그 내용과 의미는?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쭉 살펴보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적용범위) 제1항을 보면, "이 법은 상가건물의 임대차에 적용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돼 있다. 그러니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 이하의 임대차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고, 이 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는 적용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지난 10차례의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은 그대로 유지됐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환산보증금이라고 하는데, 환산보증금이란 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에 보증금을 더한 금액을 말한다.

환산보증금 = 보증금 + (월세 × 100)

가령, 어떤 가게의 임차 보증금이 1억 원이고 월세가 200만 원이라면 환산보증금은 보증금 1억 원에다 월세 200만 원에 100을 곱한 금액인 2억 원을 더한 금액, 즉 3억 원이 된다.

문제는 그동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환산보증금이 낮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체 상가건물 임차인(세입자)의 약 30%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 법률이 시행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전체 임차인의 약 30%가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은 경제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했다.

해법은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근원적인 해법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적용범위) 제1항 "이 법은 상가건물의 임대차에 적용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에서 다만 이하의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나는 가게의 규모가 크든 작든 임차인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을 지니므로 모두가 법적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난 1월 23일 국무회의를 열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차선의 방법을 강구한 것이다. 정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임대차의 범위를 정하는 환산보증금 액수를 지역별로 50% 이상 대폭 인상했다.

서울 지역은 원래 기준 환산보증금 액수가 4억 원이었는데, 이번에 6억1000만 원으로 올렸다.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 억제 권역은 기준 환산보증금 액수를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렸다. 광역시와 안산시·용인시·김포시·광주시는 2억4000만 원에서 3억9000만 원으로 높였다. 그 밖의 지역은 1억8000만 원에서 2억7만 원으로 상향됐다. 그러니까 시행령 개정 전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임대차가 전체의 70% 정도였는데, 지난 1월의 시행령 개정으로 90~95% 정도로 높아졌다.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통해 크게 두 가지 정도의 보호를 받는다. 하나는 '총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리'이다. 다른 하나는 '권리금 회수 기회의 보호'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의 나머지 조항들에 대해서는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환산보증금 이내 임차인'에게만 적용되는 것들

'환산보증금 이내 임차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완전한 적용을 받는다. 그렇다면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이 보호를 받는 위의 두 가지 조항 이외에 어떤 법적 보호를 추가로 받게 될까? 지금부터 이 부분을 하나씩 살펴보자.

'확정일자 부여 및 임대차 정보의 제공'을 규정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4조는 '환산보증금 이내 임차인'에게만 적용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5조에 의하면,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문제가 생겼을 때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바로 우선 변제권인데, 이것도 '환산보증금 이내의 임차인'에게만 적용된다.

'임대료 인상률 제한' 조항도 '환산보증금 이내 임차인'에게만 적용된다.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령,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은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총 5년의 범위 내에서 계약 기간의 갱신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임대료는 건물주가 달라는 대로 주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 1월 23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상가건물 임대료 인상률이 9%에서 5%로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들은 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박주민 의원의 개정 법률안은 임대료 인상률을 '대통령령'이 아니라 '조례'로 제한했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매번 대통령령을 인위적으로 고치기보다, 시스템에 따라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정해지도록 했다. 게다가 지역의 상황을 포착하는 데는 역시 지방 정부의 조례가 더 민감하게 작동할 것이다.

이외에도 '환산보증금 이내 임차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월차임 전환 시 산정률 제한' 조항이 있다. 이것도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2조를 보면,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그 전환되는 금액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한' 월차임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주요 쟁점과 개선 방향

지금까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이제부터는 쟁점 사항을 검토해볼 것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주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비용으로 계약을 체결한 상가건물 세입자는 서민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법률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관점에 따르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경제적 약자인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01년 법 제정 당시의 환산보증금 규모는 최대 2억 원에 불과했다. 나는 이 관점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영세 자영업자만을 위한 시혜적인 보호 정책으로 국한해선 안 되며, 모든 임차인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상가건물에서 창출된 가치의 대부분은 임차인이 이룬 것임에도 건물주가 창출된 가치를 독식하다시피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둘째, 경제성장에 불리하다.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것에 보상을 많이 해줄수록 공급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 가령, 임차인이 장사를 열심히 해서 매출을 더 늘린다면 이는 공급의 확대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하지만 임차인의 성과가 건물주에게 과도하게 이전되면 지대의 상승만 초래할 뿐 공급의 확대는 불러오지 못한다. 이는 경제성장에 역행한다.

그러므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시혜적인 정책이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장사를 잘 해서 돈을 잘 버는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일본과 독일의 경우는 보호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환산보증금 항목의 폐지를 담고 있는 박주민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7개월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23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서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액수가 4억 원에서 6억1천만 원으로 올랐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있다. 2015년 실시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명동, 강남대로, 청담동 등 유동인구가 풍부한 상위 5개 상권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약 8억 원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계약갱신 요구권'을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식업종의 5년 생존율은 30%에 불과하다. 그런데 건물주가 나가라고 한다. 임차 상인들은 5년 동안 황무지를 갈고 닦아 기름진 옥토를 만들어놓고 농사를 좀 지을 만하니까 땅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항의한다. 박주민 의원의 개정 법률안은 '5년 제한' 조항을 아예 폐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의원들의 개정 법률안이 현행 계약갱신 기간 5년을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입법 과정에서 최소한 이것 이상의 성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그런데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건물의 노후나 훼손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나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현행 법률이 정하고 있는 5년 기한의 '계약갱신 요구권'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박주민 의원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법률안에서 조문 하나를 추가했다. 재건축 등으로 계약 갱신 요구가 거절되면, 임차인은 재건축된 상가 건물에 대해 그동안 임차권을 행사하지 못한 기간의 범위에서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법률의 실효성이 높아져 재건축으로 인한 임대차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3에서는 '권리금'을 정의하고 있다. 권리금은 2015년에야 법적으로 인정됐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에서는 '권리금 회수기회의 보호 등'을 다루고 있는데,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조항은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에게도 적용된다. 모든 임차인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현행 계약 갱신 기간 5년이 끝나고 가게를 타인(신규 임차인)에게 넘기게 될 때 임차인이 받아나갈 수 있는 합법적인 대가가 바로 권리금이다.

그런데 제10조의 5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에 대한 적용 제외 규정이 있다. 임차인의 가게가 대규모 점포 또는 준대규모 점포의 일부인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통시장의 점포 상인들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부분은 많은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개선안을 제출했다. 즉 대규모 점포 또는 준대규모 점포의 일부라도 전통시장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박주민 의원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법률안은 '분쟁조정위원회의 법적 설치'도 규정한다. 개정안은 상가임대차에 관한 분쟁을 조정·해결하기 위하여 지방 정부에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그리고 필요할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지구별 조정위원회를 둘 수 있게끔 했다. 입법 과정에서 이 조항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개정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임차인들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칼럼의 본문에는 <국제신문> 3월 2일자 '이상이 칼럼' "자영업 세입자가 마음 편히 장사할 권리"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알려둔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제주대학교 교수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초저출산' 늪에 깊이 빠진 한국,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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