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는 거대한 변혁...'일상적 파시즘'을 해체하라

[이충렬의 정권+교체] 미투운동, 쌍(双)정상회담, 촛불혁명

1. 천지개벽의 수레바퀴

2018년 들어서면서 천지개벽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4월에 열리는 것만 해도 상전벽해의 변화인데, 드디어는 미국의 트럼프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월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키로 하였다.

변화는 바깥에서만 일어나고 있지 않다.

차기 대통령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성추문으로 한방에 정치적으로 몰락했다.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자 한국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의 유일한 단골 후보로 입담에 올랐던 고은씨, 연극계의 황제로 통했던 이윤택씨도 파렴치범으로 추락했다. 이들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도 엄청난 일이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도입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거대한 변혁'의 입구에 서 있다는 느낌이다.

한반도 내외에서 용솟음치는 이 거대한 세기적 변혁을 우리는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한반도의 중심이 되고 동아시아 변화를 리드하는 당당한 주체로 설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

2. '우리안의 파시즘'을 해체하는 미투운동

미투운동을 보면서 6월항쟁 직후의 '노동자대투쟁'이 상기되었다.

87년 6월항쟁으로 군부정권의 항복(6.29선언)을 받아내자마자, 그 당시 산업정책의 최대희생자였던 노동자들의 인권투쟁이 전국에서 불붙었다. 노조설립의 자유와 같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사항을 원칙적으로 지켜달라는 주장이었다. 한마디로 노동자도 인간으로 대우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작년 촛불혁명이 성공하고 민주정부가 출범하자 우리나라에도 여성의 인권을 회복시키자는 미투운동이 본격화하였다. 몇년전부터 헐리우드에서 권력을 배경으로 여배우들의 성을 착취해온 거물들을 폭로하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촛불혁명하에서의 미투운동은 좀더 독특한 의미를 띄고 있다.

한국의 미투운동을 필자는 '우리안의 파시즘' 또는 '일상속의 파시즘'을 해체하는 운동이라고 보고 있다.

처음 미투운동이 상륙했을 때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은 자신들을 괴멸시키려는 진보진영의 공작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자 인권·정의·공정 등을 앞장서 부르짖던 민주인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왜 그럴까?

87년 6월항쟁은 정치적으로 패배로 끝났다. 정치적 민주화에서 사회적 민주화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권을 잡기위한 권력투쟁이 다시 전면에 배치되면서 민주화운동권 내부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상층은 ‘요정정치’로 대변되는 구시대 정치 문화가 온존했고, 기층운동권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으로 상징되는 전체주의적 문화의 지배를 받았다. 민주화운동 내에서도 전체주의적이거나 파시즘적 요소가 만연했었던 것이다.

보수진영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 파시즘에서 유래한 요정정치, 권력과 자본의 유착에서 번창한 뇌물과 접대문화를 통해 파시즘적 요소가 훨씬 더 강하고, 그 핵심에는 여성인권이 놓여있다.

이제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인권운동은 정치권과 진보·보수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소독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성공한 촛불혁명의 후방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남녀 사이의 개인적 원한을 푸는 수단이 아니라 여성인권을 권력으로 짓밟는 파시즘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3. 한국경제를 부흥시킬 북방경제협력의 문이 열리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북한 핵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본격 논의되는 장이 될 것이다. 우려와 비관을 표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번에는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왜냐고?

이번 협상판이 깔리게 된 4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 직전까지 밀어부쳤다.

둘째, 미국이 유엔을 앞세운 제재와 압박전략으로 북한의 숨통을 조였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준비를 실제로 완료하였다.

넷째, 촛불혁명으로 평화를 본령으로 삼는 문재인정부가 탄생하였다.

위의 4가지 요소가 상호결합하여 쌍 정상회담이라는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협상구도까지 만든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고, 이 시기에 김위원장이 협상장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트럼프대통령의 군사옵션의지이고, 이번 협상의 미래가 밝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가 있다. 바둑에 치중(置中)이라는 용어가 있다. 전체 국면을 내다보는 포석을 깔면서 나중에 결정적인 의미를 띌 급소에 미리 돌을 놓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에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북방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 송영길의원)를 신설하였다. 중국, 몽고, 시베리아,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으로 새로운 경제활로를 찾기위한 장기적 포석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남북대립으로 인해 남북경협이라는 핵심요소가 빠져있었다.

그런데 이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북방경제협력이라는 거대한 그림에 용의 눈(畵龍點睛)을 그려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 지점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평화체제 구축은 그 자체로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경제적 활로를 타개하는 유일무이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미래가 안보인다는 분석이 많았다. 중국에 맹추격당하고, 일본에 만성적인 적자를 보고 있고,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도 압박을 받고 있다.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있고, 새로운 동력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인구절벽과 같은 근본적 경쟁력에서 절망적인 지표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포함하는 북방경제협력이 활성화된다면, 70년대 중동붐을 능가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민과의 소통, 적폐청산, 외교안보 면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혁신성장과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과 같은 경제 전망에서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은 북방경제협력이라는 급소에 한 수 미리 포석을 둠으로써 만약 한반도의 비핵화가 진행된다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있도록 대비하였다. 희망이 있다는 것과 희망이 없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일본과 달리 우리에게는 북방경제협력이라는 비장의 한 수가 있다.

4. 촛불혁명을 불가역적으로 만들어야

대변혁이 한발 한발 전진할 수록 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사에서 수많은 혁명이 보수반동의 퇴행을 겪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4.19 혁명은 5.16쿠데타로 뒤집어졌고, 10월 유신, 광주학살로 군부재집권을 당했고, 6월항쟁 시에도 역전패 당한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냉전수구세력은 일체의 변화에 딴지를 걸고 있다. 미투운동의 쓰나미는 조금 있으면 기득권세력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그들의 저항은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것이다.

내부의 사회변혁과 외부의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대변혁의 시대를 이끌 수 있는 근본 동력은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민주국민과 이 정신을 떠받는 문재인 정부가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민주정부가 비틀거리거나 지지도가 떨어지면 이 모든 변화가 없었던 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겸손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평화와 존중이라는 일관된 원칙으로 북한과 강대국을 대하고, 엄격한 반부패와 미래비전을 꾸준히 밀고나간다면 이번에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민주혁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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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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