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개헌, 헌법 전문에 담겨야 할 네 글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2018 복지국가 헌법을 기대한다

요즘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이후 정권마다 개헌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이전의 개헌 논의가 어느 일방의 정치적 상황에서 간을 보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개헌 논의는 2017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들의 주장이었고 시대적 여망에 따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아쉬운 점이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헌안 발의가 대통령에 의할 가능성이다. 대통령의 발의가 법적으로 하자는 없으나, 입법부의 정체성과 국민 참여에 좀 더 가치를 둔다면 국회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부분 개헌이나 순차적 개헌에 대한 걱정이다. 논의 초기이기에 큰 이슈만 드러나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권력 관계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제왕적 대통령 경험의 반작용으로 이해되지만, 30년 만의 개헌이라면 포괄적 개헌을 적극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1952년부터 1980년까지 여덟 차례 개헌은 권력자의 정권욕과 혼란기 임시적 암흑의 역사였다. 개헌 역사에서 그나마 국민의 의지가 담긴 것은 1987년 9차 개헌이다. 작금의 개헌 논의가 대통령의 권력 과점에서 비롯되었다 하여 그 점에만 집중하는 것은 큰 일(시대 과업)을 외면한 채 작은 일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검토할 개헌안을 준비 중인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10차 개헌 과제는 온전한 민주주의 완성

1987년 개헌을 민주헌법이라 하지만, 이는 3선 개헌과 유신헌법과 8차 개헌의 반민주 요소를 거두어냈을 뿐이다. 이번 10차 개헌은 반민주를 넘어 민주주의 완성이 과제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 3대 요소로 구성되는데 1987년 헌법은 정치적 민주주의에 한정되었고 그나마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 형태 구성에 자족하였다. 때문에 미완성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법(비례 선거제)을 장치하고 경제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민주주의까지 이참에 담아내야 한다. 그것이 지난 30년을 기다려온 결실이고, 작금 우리 사회 병폐(경제 양극화, 헬조선)를 치유하는 길이고, 미래 우리나라의 비전(대동사회, 웰조선)이 될 것이다.

개헌이 되어도 변치 않을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하지만 이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직접 민주주의 가치인 헌법 제1조 정신을 구현하는 비례선거제도는 실질적인 정치적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지름길이다.

경제 민주화라 통칭되는 경제 민주주의는 "1주식 1표"를 "1인 1표"로 경제보통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경제적 부를 개인의 부로 남기지 않고 사회적 부로 공유하는 분배 체제 수립이다. 경제 단위들이 거대 단위에 흡수되거나 소멸되지 않고 각각의 경제 단위가 경제 주체로 공존하는 공생의 경제 도덕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이름으로 이 숙제를 미루어 왔거나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란 책까지 나오게 되었고, "같이 좀 먹고 살자"란 말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지구에서 두 번째로 불평등한 나라에서 경제민주화의 끈을 헌법 제119조 제2항 하나에만 목을 매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나?

30년 만의 개헌은 국가 규범을 바꾸는 포괄 개헌이어야

사회적 민주주의는 사회구성원인 국민 각자가 사회적 관계 안에서 하나의 주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호받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교육권-노동권-주거권-건강권-노후소득보장권"의 사회권 보장보다는 개인과 가족의 "교육 투자력, 취업 경쟁력, 부동산 투기 능력, 실손보험 등의 건강 관리 능력, 노후자금력" 등의 각자도생 능력이 현실의 문제이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주체적 존엄함을 유지할 수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사회권 보장 수준으로 가늠하는 사회적 민주주의 수준은 높은 세금과 높은 복지의 선순환 구조이지만, 우리는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 이행하는 단계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저출산은 출산지원금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생애 전반의 삶의 질에 대한 불확실성이 원임임을 알아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헬조선에서 벗어나 웰조선으로 가는 사회연대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었기에 대통령이든 국회든 개헌 사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개헌의 범위도 공론화해야한다.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거나 분산하는 정도인지, 권력 관계 전반에 걸친 개헌인지, 국민의 기본권까지 전반을 포괄하는 범위인지를.

필자는 앞서 말했듯이, 지난 30년의 경험을 교훈삼아 앞으로의 30년을 설계하는 시점이라면 포괄적 개헌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그것은 "완전한 민주주의의 실현"과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개헌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자국민이 '헬조선'이라고 자조하는 현실에서 권력관계에 집중된 개헌에 그친다면 매우 부끄럽고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이다.

민주헌법 다음의 복지국가헌법

때문에 대한민국 21세기 비전을 담을 10차 개헌에서 전문의 철학과 내용이 특히 중요하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와 현재의 원칙과 미래의 지향을 천명한다. 현재의 원칙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의, 인권, 평등, 연대, 민주주의"의 규범의 밝힘이다. 미래의 지향은 국민 대부분이 자본과 경쟁의 노예가 되는 각자도생 시대를 마감하고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행복한 사회연대 시대의 방향이다.

이러한 연대기적 정리는 우리나라가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를 거쳐 민주국가 초기 단계에서 "그 다음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 지점이다. 때문에 개헌은 특정 정치 세력이 독점하여 추진할 일이 아니다. 다행히 '국민개헌네트워크' 등의 시민들이 나서고 있고 정부 또한 '국민헌법'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자 하지만,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개헌 절차를 적극적 거버넌스(協治, 治理, 共治)로 풀어야 한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대동사회, 인권국가, 복지국가"로 모인다면, 그것을 헌법 전문에 기록해야 한다. 때가 되어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자들은 헌법 전문 정신을 받들어 "대동사회, 인권국가, 복지국가" 목표를 자신의 소명으로 여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헌법은 법전의 유물이 아니고 국민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번 개헌이 국민의 삶을 바꾸는 헌법으로의 거듭남이라면 헌법 전문에 '복지국가' 네 글자가 명시되는 것은 당위이다. 이제 우리는 1987년 민주헌법 다음의 2018년 복지국가 헌법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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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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