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5일부터 1박 2일간 평양에 체류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최고 수뇌부와의 면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의용 실장은 방북 직후 미국도 방문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북미 가교 외교가 운명적 순간에 도달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도 밝힌 것처럼 이번 대북 특사의 핵심 의제는 "북미 대화 여건 조성, 남북 교류 활성화"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사안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의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공간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북미관계 개선 여부는 남북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미 대화를 포함한 북미관계의 개선 여부가 극히 불확실하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의지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조건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전제조건이 달린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게 추구해야 하는 '가능한 최선'은 '한반도의 핵문제와 적대관계의 평화적인 관계로의 전환을 비롯한 상호간의 관심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절충안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북한이 비핵화 문제 논의에도 동의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함으로써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적대관계의 평화적인 관계로의 전환'은 북한으로 하여금 북미대화를 비롯한 양자간, 다자간 회담에 응하게 할 동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가교 외교는 더 대담한 구상도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간의 특사 교환과 북미정상회담 중재가 바로 그것이다. 특사 교환은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된 4월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리고 미국의 중간 선거 이전을 목표 시점으로 삼고선 말이다.
조셉 윤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이 보여주듯,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라인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주요 직책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최고위급 수준에서의 정책 조율 및 돌파구 마련이 강구되어야 할 상황이다.
북미간의 최고위급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대북 특사단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 석방도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이고, 김정은 정권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미군사훈련의 중단 내지 대폭 축소 및 이를 통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의 실질적인 중단도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북미관계에만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완충지대를 만들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대화의 동력을 계속 살려나가는 것이 1차적인 과제이다. 또한 올해로 중단된 지 10년째를 맞이하는 6자회담과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는 "별도의 포럼", 즉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중 4자회담도 이제는 열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가히 '오케스트라'에 해당된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이 최대한 잘 어우러져야 하지만, 어떤 악기가 불협화음을 내더라도 다른 악기들이 이를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올라선 문재인 정부를 숨죽여 바라보게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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