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매개로 남북 정상 첫 소통 이뤄지나

김여정, '김정은 친서' 들고 文 만날까?

고(故) 김일성 주석의 직계인 이른바 '백두혈통' 중 처음으로 남한을 찾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찬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 전원이 함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 인사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 그 이후 일정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문 대통령과 접견할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인사를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김영남 위원장, 김여정 부부장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함께 북한 대표단에 포함된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면제 조치가 결정되지 않은 점도 청와대가 접견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의 접견이 주목되는 이유는 김 부부장이 김일성 주석의 직계 혈통이라는 점 외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은 오빠인 김정은 위원장과 가감없는 소통이 가능한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방남 결정 때부터 친서 전달 여부가 주목받았다. 김 부부장을 매개로 남북 정상 사이에 친서가 오갈 경우, 향후 남북 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오찬 장소는 청와대가 유력한 가운데, 이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남북 사이에 협의할 내용이 여러 가지 있기 때문에 확정 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변경 가능성을 열어놨다.

10일 오찬에 앞서 9일 개막식 직전에 열리는 정상급 리셉션에는 김영남 위원장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에게 관심이 맞춰져 있지만, 국가를 대표한 정상급 인사들만 참석하는 공식 리셉션의 성격에 맞춰 김영남 위원장만 참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영남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9일 오후 1시 30분 인천공항을 통해 남한에 내려올 예정이다. 통일부는 대표단 일행이 전용기를 타고 방남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2월 9일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하여 서해 직항로를 통해 13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이라며 "전용기는 인천공항에 대기하지 않고 돌아갔다가 2월 11일 저녁에 다시 인천 공항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해당 비행기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미국 또는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용기는 제재 대상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유엔 안보리의 여행 금지 제재를 받고 있는 최휘 위원장의 경우 올림픽 기간에 한해 제재 면제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카렐 판 오스테롬 주유엔 네덜란드 대사는 8일(현지 시각) 회원국들에게 제재 면제 승인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오스테롬 대사는 이날 오후 3시 (한국 시간 9일 오전 5시)까지 답신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제제위는 안보리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됐으며 이사국 전원이 찬성해야 제재를 면제할 수 있다.

따라서 오스테롬 대사가 명시한 마감 시간까지 반대 의사를 밝히는 회원국이 없을 경우 최 위원장의 방남은 실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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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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