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봉-92호에 유류 및 전기 공급 관련 '제재 위배' 논란

만경봉 입항, 남북 간 육해공 통로 모두 열렸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남한에서 공연을 가질 북한 예술단 본진이 만경봉-92호를 타고 동해시 묵호항에 도착했다. 만경봉-92호가 남한을 찾은 것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5년여 만이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114명과 지원 인력 등을 태운 만경봉-92호는 6일 오후 5시경 묵호항에 접안했다. 이로써 지난 5일 남한으로 내려온 김순호 행정부단장 외 22명의 예술단 선발대와 함께 약 140여 명 규모의 예술단이 모두 남한에 도착했다.

북한 예술단은 오는 8일 공연이 열릴 강릉 아트센터 시설을 점검하며 남한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강릉에서 공연을 마친 뒤 서울로 이동해 11일 국립극장에서 서울 공연을 갖고 이후 북한으로 귀환한다.

이번 만경봉-92호 입항은 남북 간 육로와 항로에 이어 해상 교통로까지 열었다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평화 분위기 조성에 만경봉-92호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만경봉-92호 역시 제재 논란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만경봉-92호에는 남한 정부에서 제공하는 유류와 음식, 전기 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1월 15일 남한 정부는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공동보도문'에서 북한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전례에 준해서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통일부는 문자 공지를 통해 유류와 음식, 전기 제공과 관련, "남북 합의상 편의 제공과 관련하여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사안"이라며 "현재 북측이 요청한 사실도 없고 편의 제공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도 없다"고 해당 내용을 정정했다.

통일부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정부가 제공하는 편의가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유류 제공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저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에 따르면 안보리는 북한에 들어가는 정유 제품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만경봉-92호가 정박 기간 중에 50만 배럴이나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유류를 제공한다고 해도 제재에 저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공조 분위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지난 2010년 당시 정부는 5.24 제재를 통해 북한 선박의 남한 해역 운항과 입항을 전면 금지했고 2016년 3월과 12월 역시 독자 제재를 통해 "외국 선박이 북한에 기항한 후 180일 이내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전면 불허한다"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만경봉-92호의 입항 자체가 정부의 독자 제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5.24 조치는 지난 정부에도 상황에 따라서 유연화‧예외 조치를 했다"며 "남북관계 상황 등을 보면서 판단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2016년 정부 독자 제재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독자 제재는 외국 선박의 경우다. 이 부분(만경봉-92호)은 5.24에 해당된다"고 답했다. 만경봉-92호가 외국 선박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남북은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의 특수 관계다. 그런 부분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만경봉호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며 "미측과 협의해서 (제재)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이날 응원단과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관계자 등이 7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한으로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측은 김일국 체육상 등 NOC 관계자,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280명이 2월 7일 9시 30분에 경의선 육로를 통해 우리측 남북 출입사무소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7일 남한을 찾는 북한 인원은 NOC 관계자 4명, 응원단 229명, 태권도시범단 26명, 기자단 21명이다. 오는 9일 방남할 것으로 전해진 고위급 대표단을 제외하면 이들을 마지막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남한을 찾는 북한 인원들의 방남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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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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