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한반도 위기를 정치 자양분으로 먹고 큰다

[정욱식 칼럼] 제3국 일본이 한미연합훈련을 요구하는 이유는?

평창을 바라보는 동상이몽이 너무나도 크다. 대척점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가져다 준 '일시 평화'를 '영구 평화'로 가는 초석으로 삼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이를 견제하기에 바쁘다. 한반도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아왔던 만큼, 평창 대회가 '평화를 향한 나비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경계한다.

미국은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을 양쪽에 올려놓고 시소게임을 즐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100% 지지한다"고 하고, 아베와의 통화에선 "강력한 대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식의 화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는 또 지난 2일(현지시각)에는 탈북자들을 만나 "평창올림픽 이후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이를 부채질하는 언행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와중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다. 그는 이미 "전략적 인내 시대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러 가는 것이다. 북한이 완전히 핵과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모든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7일 도쿄에서 아베와 회담을 갖고 "최대의 압박"과 한미일 공조를 공고히 하자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부통령과 일본 총리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앞으로 수개월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미일 양국의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이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데에 "수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의 핵탄두 장착 ICBM 보유를 "없는 일"로 만들겠다는 것이 공개적인 목표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최대의 압박"으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이게 실패하면 '코피 작전'과 같은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한해 "최대의 압박"을 이용해 상업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언행의 불확실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경쟁자인 중국을 상대로 '내가 무슨 일을 할 지 모르니, 미국 제품을 많이 사달라'는 식이었다. 한국과 중국에는 미국이 전쟁을 벌일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일본에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할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자극해서 말이다.

아베 정권에게도 수개월이 중요하다. 아베는 헌법 9조, 즉 평화헌법 수정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가 일본의 1월 27일 자 <도쿄신문>을 인용 보도한 것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쟁 포기"를 명시한 헌법 9조의 1항과 "군사력 보유 불가"를 명시한 2항을 그대로 두고 3항을 신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3항은 자위대 관련 부분이다. 사실상의 군대인 자위대 보유를 명기함으로써, 1항과 2항을 무력화하겠다는 속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헌법 수정 움직임의 최적의 환경은 북한의 위협 및 한반도 위기와 맞닿아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아베의 지지율이 오르고 자민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패턴이 반복되어왔다. 이러한 학습효과를 충분히 경험한 아베로서는 자신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평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아베는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물론이고 방한 기간에 문 대통령에게도 평창 대회 이후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한미 양국이 군사훈련을 실시하면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것을 여러 차례 봐왔다.

아베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자인 일본이 한미군사훈련 실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보수 진영마저도 미일 동맹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화 중시 노선을 비난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북핵 상황이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성찰적인 자세는 찾아볼 수 없고 그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게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비유컨대, 문재인 정부는 '깨지기 쉬운 유리알'을 들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이 유리알을 흔들려는 세력도 많지만, 유리알을 같이 들고 있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외롭지도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북한도 마땅히 자제해야 한다. 2월 8일로 예정된 건군절 행사를 취소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화성-14형이나 화성-15형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또한 "상호간의 모든 관심사를 논의하자"며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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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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