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멸 위기에 처했다는 보수 야당들은 "평양올림픽"이라는 모욕적인 프레임을 씌우기에 바쁘고 보수 언론들은 이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변덕스러운 일방주의적 행태를 선보여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일 동맹은 대북 제재와 압박의 고삐가 늦춰져서는 안 된다며 견제구를 날리기에 바쁘다.
걱정은 이어진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자신들의 불행한 처지가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게 될 남측 여자 선수들의 신세와 비슷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절망은 하루아침에 치유되기 어렵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정의당의 지지율은 하락 추세가 지속되는 있는 반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한의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은 저평가 받고, 색깔론 공세로 정치적 이익을 얻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무된 탓인지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어차피 깨질 평화이고 약속들이라면 빨리 깨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저주마저 퍼부었다. 동아줄을 잡았다고 여긴 보수 정당들의 색깔론 몰이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동맹국과 우방국이라는 미국과 일본의 태도도 박약하기만 하다. "남북대화를 100% 지지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해와 배려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희망에 대해 "지금은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응수하는 식이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아베는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이다. 우방국의 잔치에 초대받았다면 축하하고 협력해야 마땅할 터인데, 위안부 합의 이행과 대북 압박을 촉구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태도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평창올림픽 이후에 대한 걱정을 키워준다. 미국은 올림픽 직후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이에 대해 북한이 또다시 강하게 반발하면서 "도발"에 나선다면 평창이 가져다 준 평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전가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평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평화가 깨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설마 전쟁이야 나겠어?'라고 여길 수는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를 짊어진 대통령의 심정은 다를 수 있다. 물가에서 노는 아이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괜찮아 보일지라도 그 아이의 부모의 눈에는 다르게 비춰지듯이 말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의 반발과 지지율 하락, 북한의 일방적인 태도, 그리고 동맹국과 우방국의 이기주의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평화의 기회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평창이 일시적인 평화가 아니라 영구 평화로 가는 초석을 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것도 있고 못마땅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비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사분오열되고 국내외 냉전 세력이 이를 악용하는 추세가 강해질수록 평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은 안으로부터 유실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평화가 깨지면 그 고통의 비용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호소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결정적인 힘을 보여준 2030 세대가 '피스메이커'가 되어 달라고 말이다.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안일함을 질타하면서도 그 비판이 더 큰 평화의 의지로 응집되고 승화될 수 있는 토대로 만들어달라고 말이다. 분단 모순과 개인적·세대적 곤경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안목을 가지고 '색깔론은 꺼져!'라는 당찬 외침을 외칠 수 있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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