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곳인가

[기고] 명실상부한 국회도서관으로 거듭나라

국회도서관의 위상에 대한 '혼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 쯤은 국회도서관을 방문했을 터이다. 그런데 과연 국회도서관이 무엇을 위한 도서관이며, 무엇이 국회도서관의 업무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몇 달 전 필자는 한 의원실 보좌관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이 국회도서관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그러므로 국회도서관을 국회의원을 위한 조직으로 설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고 일반인들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실제 그간 국회도서관은 일반인에 대한 개방 확대라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국회도서관의 위상에 대한 이러한 혼선의 연장선에서 국회도서관 관장은 도서관 전문가로 임명해야 한다는 시각이 주류를 점하기도 했다.

국회도서관의 존재 이유는 의원과 의원 보좌진에 대한 서비스 제공

과연 국회도서관이란 어떠한 위상을 갖는 도서관일까? 의회도서관의 위상에 관한 정의와 관련해 영국 하원도서관의 잉글필드(Englefield) 전(前) 관장이 편집한 <의회도서관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입법부의 도서관, 즉 의회도서관을 가장 단적으로 정의한다면 전문 도서관이라는 점이다. 의회도서관은 입법부의 의원 및 의원 보좌진이라는 특정하게 한정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의회도서관은 당연히 일반 도서관의 위상이 아니라 입법지원 기구로서의 위상을 우선적으로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 위상에 부합하는 입법지원 업무의 수행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설정해야 하며, 동시에 그러한 입법지원 업무의 효과적 수행을 위한 조직 체계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서관의 기본적인 업무는 무엇인가?

국회도서관은 미국의 의회도서관을 모델로 해 만들어진 입법지원 기구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미국 독립 직후 미국 의회 지도자들에게 정치, 법률, 역사 등 입법과 공화제(共和制) 발전을 위한 도서 및 각종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기 위해 설치됐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조직 체계와 업무 수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분석하는 것은 지금 국회도서관이 지향해야 할 방향 모색에 있어 중요한 지침을 제공해준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경우, 의원들에 대한 입법지원 활동 중 약 90%를 점하는 것이 바로 웹사이트를 통한 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DB) 서비스에 의한 지원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에는 온라인(Online) 시스템에 의해 필요한 정보가 웹사이트를 통한 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정확하고 시의에 맞게 업데이트돼 잘 정리돼 있다. 따라서 의원 및 보좌직원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도로 질의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의회도서관의 온라인상 검색을 통해 좋은 웹사이트 정보를 찾아 입법 활동에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의회조사처(CRS: 미국 의회조사처는 의회도서관에 소속돼 있다)의 입법지원 서비스 실적 통계를 조사한 아래의 <표>를 살펴보면, 미국 의회도서관이 2005년 의회에 제공한 서비스 총 906,445 건수 중 웹사이트 등 전자서비스 이용 건수는 800,440 건으로 전체 서비스의 88%를 점했다. 반면 분석 조사와 관련된 조사연구 요청 건수는 69,086 건으로 7.6%를 차지했다. 웹사이트 전자서비스 이용 건수에 비해 분석 관련 조사연구 요청 건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회도서관이 벤치마킹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의회도서관의 입법지원 업무 통계 분석을 통해 국회의원 및 의원 보좌진에 대한 입법 지원을 기본 업무로 하는 국회도서관의 핵심 업무는 양질의 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하는 웹사이트 구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명실상부한 '국회도서관'으로 거듭 나야

현재 국회도서관의 현 주소는 이러한 기본 업무 수행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 및 그 보좌진에게 과연 어떠한 내용과 정보가 가장 필요할 것인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러한 토대 위에 양질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그 핵심 업무로 설정해야 한다. 조직 형태 역시 이러한 기본 업무 수행을 위한 체계로 정립돼야 할 것이다.

'국회 조직'의 주인인 국회의원들 역시 이러한 의회도서관의 존재 의미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정립하고 의회도서관다운 '의회도서관'을 재정립하는 노력을 책임성 있게 경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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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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