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박정희·박근혜에 긴급조치 '면죄부'

[기고] 대법원의 '사법 농단' 판결, 원상회복돼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의 '사법농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권력과 '교감'하면서 우병우의 요구대로 원세훈 재판을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마땅히 '정의의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할 대법원이 거꾸로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고 그런 와중에도 끈질기게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믿기 어려운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다시 분명하게 되짚어봐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2015년 3월 26일 양승태 대법원 시기의 소부(小部)가 내린 긴급조치 관련 판결이다. 이 판결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나아가 이 판결은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박정희 유신체제는 긴급조치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정지시키고 군사독재를 강화했다. 특히 1975년 5월 13일 내려진 긴급조치 제9호는 그 탄압의 '완결판'으로서 집회 및 시위, 유신헌법에 대한 부정과 반대, 개정 및 폐지 주장을 일절 금지시켰고, 이 조치에 따른 명령·조치는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헌재,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판결

하지만 2010년 12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에 대해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 이른바 통치행위라 해 사법심사를 스스로 억제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기본권 보장,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포기해서는 아니된다"고 판결했다. 즉, 긴급조치 발동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영구집권을 위해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할 목적으로 발령한 행위로서, 당시 그리고 현행 헌법상 취지에 비추어 성공한 쿠데타로서 처벌할 수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 21일 긴급조치에 대해 "해당 조항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모두 위헌 판결을 결정했다.

양승태 대법원, 박정희와 박근혜에게 면죄부를 주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스스로 뒤집었다. 이는 대법원 자신이 최고 권위로 인정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을 스스로 파기한 자기 부정이며, 박근혜와 그 아버지 박정희에게 스스로 아첨한 사법 농단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에서 내렸던 어이없는 이 '사법농단' 판결은 당연히 무효화돼야 하며, 대법원은 결자해지로 전원합의체에서 다시 이 잘못된 결정을 즉각 원상회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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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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