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젝트는 규모 면에서도 역사적으로 최대이지만 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우리가 이제 원자력 발전시설을 수출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와 함께 세계에서 나란히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중국이 100기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400기, 중장기적으로는 1000기 이상의 건설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것은 한국경제에도 크나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UAE의 원전 수주에는 한국의 한국전력 주도의 컨소시엄과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그리고 프랑스의 아레바(AREVA)와 미국 및 일본의 GE-히타치 컨소시엄 등이 뛰어들었다. 원전 수주 경쟁에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그리고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등 정상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다년간 UAE와 원자력 협력을 하고 있었던 프랑스가 선두 주자였지만, 한국이 막판에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외 수주 경험이 풍부한" 이명박의 세일즈 외교력에서 그 비결을 찾았었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 외교 분야에서 세계 어느 정상에도 뒤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 기술력과 대통령의 경제 외교력이 합쳐지면 앞으로도 좋은 소식이 이어질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MB의 뒤집기 비결(?)은 다른 곳에 있었다.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최근 그 실체가 드러나 한국-UAE 군사비밀협정들이다. 쉽게 말해 한국이 UAE의 안보를 보장해주는 대가로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없는 UAE 유사시 한국군의 '자동 개입' 조항까지 담겼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이러한 지적은 결코 지나치지 않다. (☞ 관련 내용 보기 : 정욱식의 '진짜 안보')
또 하나는 '헐값' 수주였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9년 12월 28일 자 미국의 비밀 외교 전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UAE의 원전 정책에 핵심적인 자문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과 UAE의 원전 계약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주 UAE 미국 대사관이 작성해 에너지부와 국무부 등 미국 정부 부처에 발송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UAE 원전 회사인 ENEC와 한전 컨소시엄이 합의한 수주액이 "200억 달러"라고 나온다. 이는 MB 정부가 발표한 400억 달러의 절반수준이다.
주 UAE 미국 대사관이 파악한 한국의 수주 비결은 '초저가 입찰'에 있었다. 이와 관련해 UAE 원전 정책의 핵심적인 자문역이었던 UAE 행정청의 데이브 스콧(Dave Scott) 경제국장은 세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하나는 "한전의 시간당 1킬로와트 전력 생산 단가가 다른 경쟁사에 비해 훨씬 낮았다"는 것이다. 한전 주도의 컨소시엄이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자, 경쟁사인 GE/히타치 컨소시엄도 "최종 입찰가를 수십억 달러나 낮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 입찰가보다 "시간당 1킬로와트 전력 생산 단가가 무려 82%나 높았다." 미국 외교 전문은 "프랑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전 컨소시엄이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수주에 성공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또 하나는 "한전 입찰액의 92%를 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고정가격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약 10년 간에 걸친 공사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UAE는 60억 달러를 상업적인 파이낸싱으로 조달하기를 원하는데, 한국수출입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는 한국 측에서 UAE에 원전 건설 비용의 상당액을 장기간 대출해주고 나중에 회수키로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일 경우 MB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일컬어져온 UAE 원전 수주는 원점부터 그 수익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MB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한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반값 수주'였던 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잇속은 미국이 챙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 외교 전문에선 한국의 원전 공사비 가운데 "15억 달러의 미국제 부품이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왜 이런 내용이 들어간 것일까?
한국-UAE 원전 수주 계약 체결 열흘 전에 미국과 UAE가 2009년 체결한 '123 원자력 협정'이 발효되었다. MB 정부으로서는 낭보가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한국 원전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이 수입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미국 외교 전문은 "12월 17일에 발효된 미국-UAE 협정이 (한국-UAE 원전 체결) 최종 결정을 촉진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15억 달러의 미국제 부품"은 원천 기술의 사용 대가를 이런 방식으로 지불키로 한 것으로고 분석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외교 전문에는 "한전과는 대조적으로, GE-히타치는 어떤 종류의 위험도 ENEC에게 넘기려고 했다"고 적혀 있다. GE-히타치는 원전 사고와 같은 "우발적 상황들'을 모두 감안"해 이러한 상황 발생시 그 책임을 ENEC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에, 한전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원전 사고 발생시 그 책임을 한국이 떠안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결과적으로 '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UAE 원전 수주는 국익에도 큰 부담을 야기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동 개입' 조항으로 인해 UAE 유사시에 한국이 휘말릴 위험과 이란과의 잠재적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국익 손실이다. 또 하나는 UAE가 SK와 GS 등 한국 대기업을 볼모로 잡고는 비밀 군사동맹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UAE 원전 사업은 그 자체로도 수익성이 극히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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