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 남북관계는 고위급 회담으로 해빙 분위기를 탔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란 악순환의 굴레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 분위기다. 9일 고위급회담을 통해 남과 북은 관계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 개최가 이어지는 일정이다.
이제 막 첫발을 뗀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토론회가 10일 국회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정의당 김종대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참석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언론협동조합 이사장이 진행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모처럼 열린 남북대화를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프레시안 : 남북고위급 회담에 대한 평가와 전망부터 시작하자. 지금의 남북관계 모멘텀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비핵화 문제까지.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지혜를 모아보는 자리로 하겠다. 먼저 통일부장관으로 일하며 남북문제를 풀어봤던 정동영 의원으로부터 이번 고위급 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겠다.
"한반도의 주인이 복귀했다"
정동영 : 최근 남북 모두 대화 수요가 최고지점에 와 있었다. 남쪽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북쪽에 문을 두드려왔다. 북은 그동안 6~7개월 탐색기간을 뒀다. 남북 고위급 회담은 6.15 정상회담을 뒷받침하기 위해 생겨난 대화채널이다. 회담은 김대중 정부 때 9번, 노무현 정부 때 12번, 총 21차례 있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남북접촉은 있었지만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뤄진 화해협력을 뒷받침하는 남북장관급 회담과는 성격이 달랐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회담은 적대와 대결의 10년을 뒤로 하고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가기 위한 유턴의 의미를 갖고 있다.
또 공교롭기도 하지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88년 서울 하계 올림픽과 짝을 이루는 측면이 있다. 88년 서울 하계 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국제무대 주역으로 올라왔다. 동시에 한반도 문제를 두고서 남북이 서로의 실체에 다가가는 대전환 계기였다.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북방정책이 작동했다. 그 출발점이 88년 7.7선언이었다. 그 전에는 북은 반국가단체 뿐이었지만 7.7선언으로 '북을 있는 그대로 실체'로 인정을 하게 됐다. 88년 7월7일은 대전환의 분기점이었다. 이후 남과 북은 유엔에도 서로 동시가입했다. 비핵화선언을 이루며 기본합의서도 체결했다.
지난 10년, 적대와 대결 속에서 5차례 핵실험 50차례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동북아 위기가 정점에 이르는 중이었다. 이 시점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며 동북아정세를 평화와 협력의 기운으로 돌려놓았다. 즉, 어제를 기점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의 귀환', '주인의 귀환'이 이뤄졌다. 지난 10년 간 남한은 남북관계에서 당사자성을 상실했다. 주인의 자리에서 내려온 관전자, 관망자, 구경꾼에 불과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당사자와 주인으로 복귀했다.
김종훈 : 온 국민 마음이 같을 것이다. 만나야 시작점이 새로 열리는 것이다. 어제 점심 먹으면서 보니 모두들 식사하면서 시선은 텔레비전에 가있었다. 평화를 바라는 전 국민의 마음이지 않았나 싶다. 전쟁위기에서 평화로 유턴할 수 있는 기회다. 동계올림픽과 남북고위급회담은 새로운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터닝포인트다.
프레시안 : 남한이 한반도의 당사자, 주인으로 귀환했다고 했지만, 미국에서 견제구가 많이 온다. 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군사문제 전문가인 김종대 의원은 이번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용득 : 우리는 과거에 대화와 협력의 시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지난 10년 간 다시 캄캄한 밤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불안해졌다. 햇볕정책, 6.15선언, 다 단절 되었다가 다시 시작하게 됐다. 조금은 숨통이 틔인 것 같다. 초긴장 상태에서 벗어났다. 남과 북이 당사자 간 입장에서 다른 방향을 모색할 기회가 왔다. 그런 의미에서 군사당국회담 개최는 매우 잘 됐고 이 기회를 살려 활용해야 한다.
김종대 : 군사회담을 하자는 것, 이는 의미있는 성과다. 올림픽은 남북간 합의된 명분이다. 그 이후에 나올 군사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우선, 어떻게 해서 이 대화는 이뤄질 수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전까지 한반도는 전쟁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였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대외정책이 힘을 앞세우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뭔가 일촉즉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정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남북과 주변국에 공유되면서 쉼표를 찍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치했다.
모든 대화의 시작은 북한 신년사로부터 나왔다. 북한 신년사에는 자신감의 표현, 좌절감의 표현 두 가지가 다 있다.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다. 유리한 협상 판을 열 수 있다'는 전략적 자신감을 표했다. 다른 측면도 있다. 계속 갇혀지내며 돌파구를 못 찾으면 민생에서 위기가 고조된다는 '좌절감'이 존재했다. 이런 지점이 한 시기에 겹쳐지면서 대화가 성사되는 흐름이 나왔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이후 정국이 어떻게 관리될 것인가 물어야 한다. 지금 대화의 성과는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간다.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즉, 한미군사 훈련이 다시 재개되면 위험관리가 현황으로 대두되면서 북한 압박과 국제공조를 공존시키는 조화와 균형의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이다.
프레시안 : 트럼프 대통령조차 평창올림픽이라는 명분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올림픽은 3월 중순이면 끝난다. 그 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군사회담 열기로 합의했으나, 이산가족 상봉은 이야기가 안됐다. 금강산 관광 문제나 여러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복원하는 과제가 남았다. 새해 순조롭게 출발한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가면 좋을지 큰 비전을 말해달라.
김종훈 : 평창올림픽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좋은 계기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이 모든 것은 아니다. 그 전제가 있어야 한다. 특히 평창올림픽만으로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5.24 조치나 개성공단이라는 문제가 동시에 이야기 된다면 이산가족 문제도 같이 논의될 수 있다. 남과 북 사이에 상호존중이 중요하다. 우리가 필요한 것만 이야기해서는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같이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김종대 : 문재인 정부 이후 중요한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대북 확성기 방송 편성이다. 확성기 방송은 계속 했지만 편성을 바꾸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방송 편성표는 탈북권유를 기본 편성으로 하며 공격무기로 사용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탈북권유와 체제붕괴를 뺀 채, 날씨와 생활, 아이돌, 건강, 남한생활 등이 확성기 방송에 편성됐다. 이후, 15명에 가까운 귀순자들이 내려왔다. 문재인 정부가 취한 중간적 조치가 통한 것이다. 확성기 방송의 변화처럼 남북 왕래시 안전 보장 등, 여러가지 군사현황이 전술적 단위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핫라인'이다. 직통전화를 설치해서 수시로 핫라인을 가동해야 한다. 그래야 우발적 충동이 방지된다. 우리가 지금 쌓고 있는 신뢰관계는 이후의 대화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초로 운전석에 앉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적 압력에 굴하지 말고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버텨줘야 한다. 이 부분이 결정적이다.
이용득 : 민간부문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민간부문 교류로 항상 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한국노총 위원장을 하면서 남북 노총 간 교류가 일 년에 3~4번 있었다. 그런 민간교류를 복원해야 한다. 남북 노총은 남북노동자 통일 축구대회를 열었다. 평양에선 열렸지만 서울에서는 못 열렸다. 다양한 계층 간의 남북교류를 허용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남북간의 초긴장 상태는 막을 수 있다. 국회에서 민간의 다양한 교류를 활용하라며 여야가 힘을 합쳐서 통일부에 건의해야 한다.
"종북 콤플렉스를 걷어치우고 우리민족끼리 비핵화를 말 할 때"
프레시안 : 두 달 정도 대화국면이 지난 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아직 성급하지만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를 입은 많은 당사자들이 있다. 개성공단 재개 과정에서 남한이 원하는 것과 북한이필요한 것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정동영 : 개성공단 문제는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까지 박근혜 정부가 견지한 입장은 '북핵과 개성공단은 무관하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과 관여를 말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압박은 있고 관여는 없다. 압박은 최고, 최대 수준으로 왔다. 여기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려 관여로 넘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 관여는 영어로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다. 대북포용 정책은 인게이지먼트 폴리시(Engagement policy)라고 말한다. 포용정책의 다른 번역어는 햇볕정책이다. 관여는 포용하고 화해하는 협력정책이다.
압박에서 관여로 넘어가는 지점이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북미회담 테이블이 열리는 시점에 대비해 개성공단 재가동을 정밀하게 준비 해야한다. 개성공단은 사유재산이다. 공장 주인이 자기 재산을 가서 직접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그것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여섯 글자를 제일 강조한다. 북한은 10년 동안 줄기차게 이를 말해했다. 반면, 남한에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은 종북이라는 색깔론으로 쓰인다. 이제 우리민족끼리의 평창올림픽이 열린다. 종북 콤플렉스를 걷어치우고 적극적으로 우리민족끼리의 비핵화를 말 할 때다. 지난 10년 동안 남한은 남북관계에서 관전자이고 구경꾼이었다.
남한이 원하는 것은 비핵화이다. 이걸 요구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폐지돼야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동맹국인 우리가 역할을 해내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가 안 된다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어떻게 수정할 수 있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10.4합의에는 비핵화 약속이 있다.
다양한 양자회담, 다자회담을 진행시켜야 한다. 짧게는 2달간의 평화지만, 을지프리덤, 키리졸브 등의 군사훈련을 연기하면서 회담을 진행하면 6-7개월 시간을 벌 수 있다. 시간을 최대한 벌면 중국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7개월 가량의 시간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소극적이고 기다리는 태도가 아니라, 팔 걷어 붙이면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내가 이 판을 주도한다. 이것이 중요하다. 신년 기자회견에서처럼 문 대통령이 신중론을 펴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
한미공조는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이 소외감을 느끼면 안 된다. 남북이 소통하면 미국이 주목한다. 미국이 한국의 말을 들으려 한다. 한국의 존재감이 올라간다. 그러나 의구심도 갖는다. 자기들끼리 이야기한 거 100% 미국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남북은 형제가 아니냐는 의심이 그것이다. 이 부분을 해소 해야 한다. 적어도 북핵문제를 해결 할 때, 남한과 미국은 한 팀이다. 한 치의 간극도 없다.
그래서 오늘부터 정말 중요한 것은 한미 공조다. 한미 공조가 되어야 북한은 남한을 의식하고 존중하게 된다. 남과 북, 미국이 삼각함수로 돌아가지만 최종목적지는 북미, 워싱턴이다. 워싱턴을 설득하고 북을 끌어내야 당사자의 귀환이자 주인의 귀환이 된다.
이용득 : 지금부터는 정부 당국자 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 다양한 계층과 개성있는 사람들의 만남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여러 차례, 국민들이 불안감을 해소할 기회가 있었다. 남북 간 긴장해소를 할 상황이 있었다. 물론 핵개발을 막을 수 있었겠냐 물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핵개발은 신뢰의 문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위책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남북 민간교류 확대를 두달동안 확실하게 굳혀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북쪽에서도 어떤 위협요소를 덜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촛불 혁명 때처럼 국민들의 목소리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 아닌가. 민간차원에서의 교류가 없다면 정치적으로 점점 더 악순환만 거듭되는 것이니까.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민간부분 교류가 들어가야 한다. 민간부분이 교류해서 항상 접촉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 눈치보고 중국눈치보며 상황을 관리하는 시대는 끝나"
프레시안 : 현재는 잠정적 '쌍중단' 상황이다. 이를 계기로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제안을 비롯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김종대 : '쌍중단'이라는 표현 자체는 강한 거부감을 일으킨다. 미국이 '쌍중단'에 강한 거부감을 표현했고 우리도 그 표현을 안 쓴다. 그 표현은 중국, 러시아에서 주로 쓴다. 그러나 '쌍중단'이 펼쳐질만한 국면이 두 차례 실제로 있었다. 작년 8월 북한이 핵미사일에 대해 달라진 행동을 하자, 한미연합 훈련의 규모가 반토막 났다. 다른 하나는 지금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이다. 두 상황을 보면 공교롭게도 '쌍중단'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유사 쌍중단의 모양으로 가고 있다.
이 상황은 무엇을 말하는가. 언어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기 보다 실용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전략적 공세를 늦추기만 해도 대화를 불러일으키는데 효과가 있다. 남한의 경우,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성역을 건드리기만해도 북한이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이름을 굳이 쌍중단이라 표현 할 필요는 없다. 그러지 않아도 작동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매우 적극적이다. '쌍중단'과 유사한 상황을 어떻게 만들거냐가 문제다.
정동영 : 핵심은 '쌍중단'이 맞다. 이 부분이 미국 눈치보느라 실기한 지점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는데 그걸 유지해야 했다. 북한이 2015년 이후에도 여러번 제안했다. 가장 마지막이 작년 6월 무렵 인도 주재 북한대사가 쌍중단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미국가서 연설하고 질문답변 시간에 쌍중단 질문이 나오자 미국 입장을 되풀이 했다. 후보시절 했던 본인 입장을 말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일 주일 뒤 베를린 선언을 제안했지만 이미 레토릭이 됐다. 북한은 바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으로 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실책이 있어도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를 삼아서 자신감을 가지고 주도적이고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 작년에 너무 미국의 눈치를 봤다. 우리가 북미 관계에서 빠져있으면 북한과 미국이 서로 신호를 잘 못 보내면서 부딪칠 수 있다. 우리가 그 관계에 들어가서 남북군사협정을 맺고 공조를 이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와 연대도 중요하다.
김종대 : 한미 관계에 불가피한 상황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북한은 산전수전 다 겪어본 강경파인 조평통이 중심이 되어 회담에 나온다. 북한은 노련함 그 자체다. 청와대 안보실이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미국 눈치보고 중국눈치보면서 말로 대충 상황을 관리하는 시대는 끝났다.
"대북특사, 김정은에게 가는 길을 뚫어야"
정동영 : 쌍중단이라는 말에 콤플렉스를 느낄 필요 없다. '양중단'이라고 말해도 되고. 트럼프는 최대한 압박하고 관여하겠다고 했다. 오바마는 실패했지만 자기는 하겠다고 했다. 이미 트럼프는 최대 압박을 했다. 평창올림픽이 관여로 넘어가는 통로다. 관여는 차관보나 장관 수준에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이 보따리 싸서 워상턴 가서라도 한반도 문제를 치고 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팔 걷어 붙이고 트럼프와 상대해야 한다.
남한은 아직까지 북과 김정은 위원장이 진짜 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을 만난 사람은 미국 농수선수 로드맨,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이다. 한국은 만나본 사람도 없다. 김정은으로 가는 길을 뚫어라. 만나서 그가 왜 그러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들어보는 것이 순서다.
그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적절한 시점에 대북특사를 보내야 한다. 그 시점이 무르익었다. 특사 임무는 문재인 대통령이 10.4 합의를 이행하고 실천할 용기가 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다. 직접 김정은 위원장의 귀에 넣어야 한다.
프레시안 : 대북특사 제안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국내 여론이나 미국과의 관계를 보면 과연 지금이 대북특사를 보내기 적절한 타이밍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종훈 : 특사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고민이 있다. '미국과 우리 입장이 같은가?'라는 질문이다. 그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북미간 협상이 우리가 중재한다고 해서 되겠냐는 의심이 든다. 북미간의 힘의 균형이랄까, 최소한 군사문제가 해결되거나 동북아 정책변화가 있다면 가능하다. 미국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펼쳐 나갈 것이다.
"우리가 미국 변화시킬 수 있다"
김종대 : 우리가 미국에 가지고 있는 체념과 패배주의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미국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관념이 그것이다. 2006년 청와대 안보실장은 조지 부시 대통령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만난 부시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달라진 부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노 대통령, 나, 김정일, 세 명 앉아서 종전 협정을 체결하자"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하도 노 대통령이 못 알아 들으니까, 미국 국무부 장관이 서울에 와서 재차 설명했다. 만일 한국 정부가 부시가 변할 걸 알고 미리 준비했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나오면서 우리가 미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미관계의 비대칭성, 즉 '우리는 미국을 넘어 설 수 없다' 이 생각은 숭미론자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다. 미국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자기검열 체계가 우리 안에 내면화 되어있다. 진보 대통령조차 영향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 초기가 그랬다.
외교관 출신들이 청와대 주요 인맥이 됐다. 그들은 정상회담 성과를 잘 포장하는데 집중했다. 미국과 한국의 철저한 공조라는 모양을 연출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트럼프에게 맞춰 회담을 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너무 일찍 했다. 아무런 준비된 정책이 없는데 너무 빨리 미국에 다가갔다. 우리의 수세적 위치는 점점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초기 골든타임을 잘 관리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 안에 미국에 대한 패배주의랄까, 굴절된 동맹관을 내부에서 바로 세워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시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합법적 선출이다. 정당성이 있다. 스스로를 신뢰해야한다. 물론 지금 유턴을 했으니 과거 문제는 참고사항으로 봐도 된다. 다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 점은 반드시 청와대에 촉구할 사안이다.
이용득 : 남북문제는 한 정권이 아니라 민족의 문제다. 가장 중요한 문제다. 청와대는 야당의원들 의견도 참조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당과 청와대 입장만을 고수하지 말고, 국회에서나 시민사회에서 좋은 의견이 있으면 충분히 참조해주기를 부탁한다.
"역사를 바꾸려면 대통령의 용기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국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한 말씀 씩 부탁한다.
김종훈 : 남북관계가 워낙 긴장관계에 있었던 건지, 내가 국회에 와 있는동안 대북규탄 결의안이 많이 나왔다. 국회에서 남북대화와 평화를 위한 그 어떤 결의안도 채택한 경우는 없었다. 마치 남북관계가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해도, 정치권에서도 여러 가지 함께 해야 할 역할이 많을 것이다. 그 지점을 국회는 잘 못하고 있다. 모처럼 열린 평화국면에 국회는 초당적으로 협력 해야 한다. 정부도 남북관계에서 다 하지 못하는 측면들이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여러 문제에 대해 국회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회에서 자기 목소리 내줄 때, 남과 북이 함께 가줄 수 있지 않는가. 이것이 국회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김종대 : 국회가 무엇을 한다는 말은 낯설다. 5당 체제 하에서 단 한 건의 개혁입법을 못 했다. 아직까지 개혁입법을 하나도 못한 국회다. 촛불과 맞지 않은 국회 구성이다. 시대는 촛불혁명 이후 시대인데, 국회는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국민을 담는 국회가 아니다.
벌써부터 모든 외교 안보문제가 정쟁이 되어 간다. 악용되고 있다.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닉슨 대통령은 중공과 수교할 때 그 성과를 독점하지 않았다. 야당에 미중수교를 특별히 관리하는 초당적 기구를 만들었다. 닉슨 대통령은 모든 것을 던지듯 국회를 포섭했다. 그 때 비로소 데탕트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와 외교가 따로 논다.
이용득 : 남북관계가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으려면 민간교류를 넓혀야 한다. 국회 안에서 이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 정부와 국회가 남북관계 정보를 공유를 해야 한다. 그러면 남북관계 의제에 대해 국회가 합의를 도출해 내기에 용이해진다.
정동영 : 정세균 국회의장이 제안해서 여야가 모여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의원 외교단을 만들어서 활동하면 어떨까 싶다. 지금 바로 국회가 미국 의회를 상대로한 외교를 적극적으로 할 때다. 초당적으로 그 일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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