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여건 갖춰지면 남북 정상회담 용의있다"

"남북대화, 미국이 주도한 제재와 압박 결과"

문재인 대통령은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 간 어떠한 형식의 만남에도 열려있다며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긴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떤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아니"라며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북한과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로 나아 가겠지만 북한이 (핵 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역시 두 가지(대화와 압박) 모두 구사하는 대북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에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가해왔다. 이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은 첫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날 진행된 남북회담에서 남북이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방문에 합의한 것과 관련, 어느 인사가 방문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이제 시작이다. 첫 출발이 좋았지만 너무 앞서 가면서 이런저런 가정을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 가능하면 고위급 대표단이 되어서 어제와 같은 대화의 장이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평창올림픽 다가오면 가시적으로 발표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남북이 2차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향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 등의 사안도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의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들을 해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결국은 북한과 관계 개선은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다. 저는 투 트랙의 대화노력이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 노력들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북핵 문제 해결 부분에서 진도가 나가야 남북관계도 그만큼 발전할 수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로 나서도록 유도해 내는 것이다. 그것이 이뤄진다면 그 속에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대화,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컸다"

한편 남북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맹국인 미국과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어제 남북대화가 시작됐다. 이 대화를 남북관계의 개선 계기로 삼고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계기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면서 "이에 대해 미국과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한국은 관여정책을 추구하는 것에 간극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대응에 대해 한미는 이견 없이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도 남북대화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표명했다"며 남북대화가 "미국이 주도한 제재와 압박의 효과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한이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북한과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제재와 관련해서는 국제 사회와 함께 보조를 맞출 것"이라며 "한국이 국제적인 대북 제재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고 있고,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하는데 제재와 압박의 목표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길로 나와서 핵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공존하는 길을 찾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이 높아지다 보면 지나치게 긴장이 고조돼서 우발적인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며 "이런 긴장을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고 우발적 충돌을 막으면서 어떻게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해 사려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긴장이 높아지고 우발적 충돌이 있기 전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며 "일단 북한이 나온 대화의 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였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하지 않겠다는 발언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북한과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로 나아 가겠지만 북한이 (핵 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이 미국을 직접 겨냥하면서 미국과 북한이 갈등을 보일 경우 한국은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 마찬가지"라며 "한미 양국은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북한 핵 문제에 대응해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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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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