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의혹', MB 검찰 소환 1호 사유되나

'핵폭탄' 비자금 조성 의혹에 사정당국 총동원

'다스 의혹'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자동차 부품업체다. 지난 연말 촛불 집회 1주년 기념 집회에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팻말이 등장할 정도로 국민적 유행어가 된 이 의혹을 풀기 위해 검찰에 이어 국세청까지 나섰다.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다스의 이상은 회장 등 관련자들을 출국금지시키고 다스에서 조성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다스의 핵심업무를 맡았던 전 직원들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지난 3일 다스의 전 간부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해 이곳에 은닉된 다스 관련 문건도 확보했다.

마침내 국세청도 나섰다. 국세청은 4일 다스 경주 본사에 조사관 40여 명을 투입해 특별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다스는 이미 지난해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세무조사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는 조세포탈 등 범죄 혐의가 뚜렷할 때 시행되는 것으로,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이 대거 투입됐다.

사정당국의 조사는 비자금 등 자금 흐름의 문제를 규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작 이 조사 과정에서 다스의 실소유주가 자연스럽게 확인될 수밖에 없다.


▲"나 떨고 있니…?" 다스를 둘러싼 의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범죄의 '연결고리' 다스, 실소유주가 MB라면 '핵폭탄급 진실'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밝혀질 경우 '핵폭탄급 진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다.

다스는 지난 2000년 BBK라는 금융업체에 190억 원을 투자하고, BBK는 한 캐피털 업체를 인수해 이 업체의 주가조작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이 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던 사건이었다.

게다가 주가조작으로 수천 명에게 피해를 입혀 끌어들인 자금 중 140억 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우선적으로 다스에게 돌아갔는데, 이 과정에 청와대 행정관과 LA총영사까지 동원돼 압력을 행사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로 피해자들이 이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스에서 조성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도 이 전 대통령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으로 확인될 경우 각종 범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또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런 의혹을 밝히려고 특검까지 수사를 했는데, 특검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자격조차 없었던 것이 된다.

다스 상속세 문제, 이명박 청와대와 의논?


다스의 최대주주가 엄연히 있는데, 이들이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부지기수다. 특히 지난 2010년 당시 다스의 최대 주주였던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 씨가 사망하면서 진행된 상속세 처리 과정에 대한 의문이 대표적이다.

고 김재정 씨의 지분은 부인 권영미 씨가 상속을 받았다. 권 씨는 1000억 원대의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는데도 400억원 대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 약 20%로 상속세를 내는 물납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심지어 지분 5%는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에 기부해 스스로 최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했다. 현금으로 상속세를 낼 능력이 있는데 최대주주의 지위를 스스로 잃는 지분 처분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최근 다스의 내부제보자에 의해 공개된 문서들로 이런 의문이 풀렸다. 김재정 씨 사망 직후 다스에서 작성돼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이 문서에는 김재정 사후 상속세를 처리하는 여러 방안들이 적시됐다.

일개 민간업체의 상속세 처리 문제를 담은 문서를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와 주고받았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특히 최대주주의 관점이 아니라 실소유주의 관점에서 가장 유리한 방식인 주식 물납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권고됐고, 결국 이 방안이 채택됐다.

이 문서에는 고 김재정 씨의 부인이 상속받은 지분을 모두 다스가 사들여서 소각하는 방안도 제시됐는데, 이 경우 이상은 회장 지분이 너무 많아져서 우려된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이 문서를 보고받는 자가 실소유주라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스와 관련된 각종 의혹 중에도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당길 '핵폭탄'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지난 2008년 특검 수사로 드러나기는 했지만, 당시 정호영 특검은 말단직원인 20대 비서 한 명의 횡령 비리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호영 특검이 당시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이 전 대통령을 의식해 대충 덮어버렸다는 의혹으로 오히려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거액의 자금 인출이 대표의 직인이 없이는 불가능하고, 20대 비서는 횡령 사건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심지어 최근까지 다스에서 근무해왔다는 점에서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다스 전 직원들의 구체적 증언


현재 검찰도 수백억원 대의 비자금이 일개 비서의 단독 횡령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상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에서 관련자들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몸통'을 자백할 가능성이 높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는 전직 직원들의 증언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다스의 살림을 책임지는 핵심업무를 맡았던 다스의 전 총무차장 김모 씨는 이 전 대통령을 '왕회장'으로 불렀었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회장은 한 달에 500만 원도 쓸 수 없도록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다스의 사장에게 통제를 받았고, 경영에 참여할 권한도 갖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김 씨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본사가 있는 경주를 방문할 때면 골프장이나 항공권을 예약했는데, 모두 다스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다스의 실세였던 김 모 사장이 말단 비서에게 거액의 돈을 인출할 때 필요한 인감까지도 직접 내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비서는 말단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중간 간부를 건너뛰고 권 모 전무와 김 사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방식으로 일해왔다는 진술도 나왔다.

궁지에 몰린 이 전 대통령 측은 수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 전 대통령의 송년모임에서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이 전 대통령은 "그건 나한테 물어볼 게 아닌 것 같다"고 회피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와 처남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며 수사 대상 자체가 아닌데 정치보복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창업주"


하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정두언 전 의원이 4일 이 전 대통령 자신이 다스의 창업주라는 취지의 발언을 직접 여러 차례 했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는다"고 사실상 침묵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고백'의 타이밍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사정당국의 수사로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이 풀려갈 조짐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은 2월 초순 정도면 다스 문제로 이 전 대통령의 소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4일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익명의 측근 뒤에 숨어 변명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라면서 직접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를 통해 이렇게 말하면서 검찰을 향해 "이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 외교부를 움직였다는 의혹, 다스의 차명계좌로 12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한 치의 의혹 없이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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