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무죄, 김관진·진경준 석방…法 왜이러나

[기고] 다시 법원 개혁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법원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대법원의 최근 판결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서 대법원은 돈을 받지 않았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줄줄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보적 정치인인 윤종오 의원에게는 유죄를 선고해 국회의원직이 박탈됐다. 공정성의 측면에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다. 대법원은 얼마 전에 진경준 전 검사장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간신히'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법원의 구속적부심 심사로 간단히 풀려났다.

법원도 시민 통제를 받아야 한다

사실 그간 법원의 문제는 워낙 검찰의 문제가 컸기 때문에 그 뒤로 가려져 있었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개혁 과제였다. 사법부에 대한 매우 낮은 국민 신뢰도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세간의 비판적 시각에서 드러나듯, 그간 법원은 전관예우의 문제를 비롯해 권력과 가진 자를 위한, 결국 기득권을 위한 판결을 해왔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해 법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법원이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왜곡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 이후 대법원장이 바뀌면서 법원 스스로의 개혁에 대한 기대와 함께 법원 개혁의 목소리는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하지만 법원이 최근 보여주는 일련의 모습은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의 모습과는 꽤나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법원에 대한 국민의 통제 수단이 전혀 보장돼 있지 않다. 민주주의란 모름지기 국민주권의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 어떤 것도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법원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를테면, 지방법원장의 국민 직선이 이뤄져야 하며, 법원 행정의 측면에서도 시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법관은 기본적으로 선출직이며, 법원의 행정에 관해서는 각급 법원 법관을 비롯해 법조 직역 종사자, 의회 의원 그리고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사법협의회가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법관 대폭 증원해야

특히 현재 14명으로 이뤄진 대법원의 대법관 수는 크게 증원돼야 한다. 최고법원의 권위란 '대법관 숫자의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신뢰로부터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란 대법원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이 그 판결을 수긍할 수 있으며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구현하고 국민들의 권리구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대법원이 스스로 보여줄 때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턱없이 부족한 대법관수를 대폭 증원하고 '전문부'를 설치해 전문적이고도 공정하며 신속한 상고심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국민을 위한 대법원이 될 수 있고,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의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대법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법원의 존재 이유, 국민에게 충분한 '사법 서비스' 제공

독일에서 민사와 형사에 관한 상고심에 해당하는 연방(일반)대법원은 2014년 현재 12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행정, 재정, 사회, 노동 등 다른 분야를 합하면 32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독일 연방 최고법원 구성은 전문화와 국민의 재판청구권 구현의 관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독일 최고법원이 복수로 설치됨으로써 개개 최고법원들은 특정한 영역에 관련한 상고사건을 전문성을 가지고 재판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한 재판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된다. 프랑스의 경우, 행정사건을 제외한 일반사건의 최고법원인 파기원(대법원)은 12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대법원도 독일, 프랑스 등 서구 대륙법국가의 대법원처럼 100명 이상의 규모의 대법관을 두고 대법원 내에 전문부를 설치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상고심의 수행에 의한 국민의 권리구제 실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해 국민이 대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될 때까지 수요가 존재하는 한, 대법원의 재판서비스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 존재의 목적은 '국민에 대한 충분한 사법서비스의 제공'에 있으며, '대법관 숫자'는 그 수단일 뿐이다.

'非법관 출신 대법관' 보장돼야

마지막으로 대법관을 증원함에 있어 소부(小部)의 숫자를 늘리면서 각 소부에 법관 출신이 아닌 비(非)법관 출신으로서 시민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시민사회 대표형 대법관을 적어도 한 명씩 배치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에 이 시민사회 대표형 대법관이 기존의 엘리트 판사의 시각이 아니라 법원 밖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시민사회 구성원의 시각에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사법부에 대한 시민참여 보장의 제도로 작동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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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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