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지난 6일(현지 시각)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2016년 대선 공약을 지키며 2020년 대선을 준비하는 게 아닐까. 물론 '러시아 스캔들'에 따른 탄핵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술수일 수도 있다. 백악관 실세로 통하는 사위 제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핵심 참모들이 유대인이기도 하다.
미국을 이끌어가는 중심세력 또는 주류세력은 영국계 백인 개신교도들 (WASP : White Anglo-Saxon Protestant)이다. 그러나 이들을 움직이는 배후실세는 유대인들이다. 3억 2000만 명 남짓의 미국 인구 가운데 유대인들은 600~700만 명으로 기껏해야 2% 안팎이지만 미국의 정치, 외교, 경제, 언론, 학술, 문화계 등을 장악하다시피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같은 나라(same nation)'라고 인식되는 터다.
로비가 합법인 미국에서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겸비한 유대인들의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 위원회' (AIPAC :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70년 역사를 지닌 이 로비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통해 유대인들의 지원과 그들의 영향력을 통한 미국 주류세력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evangelicals)의 환심도 살 수 있다.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적어도 일석삼조의 선거운동인 셈이다.
이에 앞서 평양을 통해서는 군산복합체의 지원과 백인노동자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빌미로 한반도에 위기를 증폭시키며 오바마 정부 때 줄어들던 국방비를 대폭 늘렸다. 2017년 국방예산이 6200억 달러였는데 2018년 예산은 7000억 달러로 무려 13%나 오른 것이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에는 각각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팔기로 했다. 군수산업의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 또 중국으로부터는 수천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 받았다. 금세 평양을 폭격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도쿄와 서울 그리고 베이징을 돌며 떼돈을 번 것이다.
게다가 이미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는 한국의 큰 양보를 요구할 테고, 곧 있을 주한미군 유지비 재협상에서는 한국의 전액 부담까지 압박할 것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무역적자로 시달려왔다. 최근 3년간 연평균 한국에 250억 달러, 일본에 700억 달러, 중국에 35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른바 '북핵 문제'를 이용해 무기를 팔아 무역적자를 줄이고 투자를 유치하며 일자리를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이 역시 유능한 협상과 교활한 장사를 통한 재선 운동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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