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주당에 선거 패배...정치적 타격 불가피

성추문 의혹받던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민주당에 패배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성추문 의혹을 받았던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패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한 후보가 텃밭인 앨라배마에서 민주당 후보에 무릎을 꿇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이하 현지 시각) 개표가 99% 완료된 현재 민주당 더그 존스 후보가 49.9%의 지지를 얻어 48.4% 득표한 공화당 로이 무어 후보를 약 2만 표차로 제치고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에이피>통신이 앨라배마 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할 정도로 이 지역은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왔다.

이번 승리로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연일 승리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11월 7일 열린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전에 공화당 소속이었던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했다는 상징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도 거뒀다. 52석이었던 공화당 상원의원이 51석으로 줄어들면서, 공화당에서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의혹도 감수하고 무어 후보를 지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화당 후보가 잇따라 패배하면서 내년 중간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게 되고, 이는 당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노선 및 국정 운영을 수정하라는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븐 배넌이 무어 후보를 천거했고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결국 패배함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한 이른바 '아웃사이더'들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 부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거 전부터 무어 후보에 대한 당내 비판이 이어진 점도 이번 패배를 부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앨라배마가 지역구인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무어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역시 무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상원 윤리위원회에서 즉각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도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어 무어 후보의 낙선으로 더욱 곤란한 처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16명 가운데 3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성추행 의혹에 대한 의회의 공식 조사를 요청했다.

또 민주당 소속 여성 연방 의원 56명은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인 진상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커스틴 길리브랜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길리블랜드 의원이 "라이트웨이트(경량급)"이고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아첨꾼이자 얼마 전 내 사무실에 와서 선거 기부금을 구걸하던 사람"이라고 맹비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의혹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