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적폐'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되나

[의료와 사회] 국내최초 영리병원,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지난 8월 28일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심의 요청을 하면서 전국의 최초의 영리병원 개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녹지그룹이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 설립 신청을 한지 2년 6개월만이다.

2015년 12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승인되었다. 당시 정부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 검토 결과 "투자 적격성 등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였고, 제주도를 관광하는 중국인을 주된 대상으로 피부관리, 미용성형, 건강검진 등 시술을 할 것이므로 병상 규모, 지리적 제한(제주도) 등을 감안할 때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며 설립을 승인하였다. 하지만 투자금만 외국자본이고, 내국인 의사와 내국인 환자로 이루어질 병원을 과연 외국의료기관으로 보는 게 맞을까?

무늬는 외국의료기관 실상은 내국인 영리병원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며 정주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인 전용 병원'이 최초로 도입되었다. 당연히 외국인만 투자와 설립이 가능했고,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었다. 그런데 2005년 '외국인 전용 병원'이 내국인도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바뀌었고, 이름 또한 외국인 전용 병원'에서 외국의료기관으로 개명되었다.

그리고 외국의료기관에 내국인 투자금지 규제 또한 국내법인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법이 개악되었다. 이후 수차례 경제자유구역법은 개악되었고, 현재는 자본금 50% 이상만 외국인 투자하면 내국인 의사가 진료하고 내국인 환자가 진료받아도 문제없는 '무늬만 외국의료기관'으로 변질됐다.

제주특별법은 영리병원 설립 규정이 경제자유구역법보다 더 완화되어있어 해외투기자본들과 영리병원 우회설립세력들이 항상 제주에 영리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4년 싼얼병원, 2017년 초 논란이 됐던 줄기세포영리병원, 그리고 녹지국제병원이 대표적 예이다.

녹지국제병원 또한 투자금만 외국자본일 뿐 사실상 국내 MSO(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해 모든 병원 건립 과정이 추진되고 있고, 의료진도 100% 한국인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외국의료기관 설립에 국내 MSO(병원경영지원회사)가 관여를 했든, 한국인 의사가 100%로 채워졌든지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녹지국제병원이 외국법인인 녹지그룹이 자본금을 100% 투자했기 때문에 100% 외국 의료기관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촛불 운동으로 정권이 바뀌고 의료민영화는 없다고 공언을 한 정권이 들어섰어도 제주영리병원 개원이 임박했다는 보도에도 아무런 대응이 없다.

녹지국제병원은 의료관광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과 전혀 관련 없어

병원협회 산하 병원경영연구원1)에 의하면, 싱가포르 영리병원의 평균 재원 일수는 일반병원의 평균 재원 일수 4.5일보다 짧은 약 3일이다. 이 글에서는 영리병원이 일반병원보다 재원 일수가 짧은 이유를 환자가 입원할 경우 빨리 검사해서 입원 다음 날 수술이 가능해야 보다 많은 환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녹지국제병원도 영리병원이므로 병상 회전율을 최대한 높여야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싱가포르 기준으로 48병상인 녹지국제병원의 연간 입원환자 수를 예측해보면, 약 5800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외래 환자까지 포함하더라도 연간 1만 명 남짓의 환자밖에 수용을 못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녹지그룹이 밝힌 수치와도 일치한다.

우선 1만 명의 관광객 증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제주관광협회의 통계(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홈페이지, 2016년 12월 관광객 내도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약 360만 명이다. 그렇다면 녹지국제병원 도입으로 발생될 실질적 관광객 증가율은 0.27%로 극히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런 의미 없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로 정부와 제주도는 마치 엄청난 관광객 유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과대 포장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그리고 더더욱 이 연간 1만 명이라는 숫자라도 가능할까도 문제다. 중국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한 지금, 중국계 병원이라는 정점으로 중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그 계획이라도 과연 실행 가능한 계획일까?

또한 녹지국제병원이 위치한 제주 헬스케어 타운은 등기부상 호텔, 카지노, 면세점업과 음식점 등 관광에 필요한 모든 업종 신고를 마치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지역 경제 활성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헬스케어타운 내에 관광객을 묶어놓고 모든 수익을 독차지해 오히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독이 될 전망이다. 장사가 된다 해도 문제다. 결국 병원은 들러리일 것이고 중국 자본이 한국에서 온갖 이득만 취해가는 곳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병원 신설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정부는 녹지국제병원이 설립되면 제주도민의 취업인구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의 전체 직원 수는 의사 9명, 간호사 28명을 포함해 고작 134명에 불과하다. 물론 이것도 병원이 제대로 굴러간다면 말이다.

통계청 자료(호남지방통계청 홈페이지, 2017년 2월 제주 고용 동향)에 따르면 2017년 2월 기준, 제주 취업인구 수는 36만 6000명이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가져올 고용 창출 효과는 0.036%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이것도 고용 창출 효과라며 억지를 쓰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승인은 국내병원 역차별 논란, 영리병원 추가 승인의 불씨

보건복지부의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 대한민국 대표 보수언론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이러했다. '13년 만에 외국 영리병원 첫 허용, 국내 병원 역차별 없어야...'

사설의 주요 내용은 "외국인에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서 국내 병원에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고, 국내 의료계가 의료산업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아 성과가 미미하므로 의료에 관한 각종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의 이유는 여전히 의료영리화로 돈을 벌기 위한 투기 집단들의 국내 영리병원 도입과 의료민영화를 위한 각종 규제 해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지금 태도는 어떠한가. 단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 의료민영화/영리화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몇 달이나 되었다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새로 발의하려 한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영리병원 추가 허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존재하고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법이 고스란히 살아남아있는 한, 외국계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형평성 문제, 국내 병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의료민영화를 통해 돈을 벌려는 투기 집단들의 로비 또한 계속될 것이다. 즉 영리병원 도입이 언제든 다시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 반대 여론 묵살한 채 진행된 녹지국제병원 추진, 적폐청산 대상

녹지국제병원 설립계획이 발표된 후, 여론조사를 통해 제주도민 10명 중 7명이 영리병원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제주운동본부는 녹지국제병원 설립에 대한 당연한 우려 속에서 녹지국제병원과 관련된 자료 요구, 대화와 토론을 정부와 제주도에 요구했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묵살하였다. 또한 의료전문가 단체로 구성된 '제주도 의약 5단체'(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가 녹지국제병원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제주도 의약 5단체'는 "그 어떠한 형태의 영리병원 허용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근대화와 선진화의 상징적 존재인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의료업을 대형 자본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녹지국제병원이 가져올 폐해를 주장하였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이 또한 철저히 묵살하며 2015년 12월 18일 정부는 국내도 제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하였던 바 있다. 박근혜 정부다운 결정이었다.

바로 그렇다. 녹지국제병원의 승인 과정에서 국민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오직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강행되었다. 이 제주영리 녹지병원은 당연히 적폐청산 대상이다. 그러나 지금 녹지국제병원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 진행되어 당장 그 개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적폐가 청산되어야 한다. 또한 영리병원 논란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는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법상 영리병원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 헬스케어타운 사업 자체를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할 시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5년 4월 진행된 제주도의회 임시 의회에 출석하여 "헬스케어 타운에 헬스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녹지그룹에 강요하다시피 해서 지금까지 진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녹지국제병원이 병원이 아닌, 다른 헬스케어타운 사업을 위해 정당하기 때문에 꼭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드 보복 및 중국 정부의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제한 조치로 헬스케어타운 사업은 완전히 중단되었고, 현재는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만 존재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애초 헬스케어타운 사업 자체도 수차례 투자자가 바뀌면서 최종 투자자인 녹지그룹의 요구에 따라 그 사실상 목표가 바뀌었다. 제주 헬스케어타운 사업은 해외 의료 관광객 뿐만 아니라 도민과 국민을 위한 병원 설립과 관광휴양 단지 조성이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도민과 국민을 위한 병원 설립과 관광휴양 조성은 쏙 빠진 채 콘도, 리조트, 호텔 중심의 외국인 부동산 투기사업과 성형-피부미용 중심의 돈벌이 영리병원으로 그 본질이 퇴색됐다.

제주 헬스케어타운 사업 자체가 갈 길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주 헬스케어타운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여 외국인 부동산 투기장소가 아닌 국민들을 위한 관광휴양 단지로 바꾸고, 녹지국제병원은 영리병원에서 비(非)영리병원으로 전환하여 도민들과 국민들을 위한 병원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영리병원 반대 공약 이행으로 영리병원 논란 이제는 끝장내야한다

녹지국제병원이 승인되면 영리병원 반대를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가 허용하는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이 되게 된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은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통째로 병들게 할 암적 존재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영리병원 반대'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는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 이 녹지국제병원은 당장 문재인 정부의 영리병원 반대에 대한 공약 이행 제1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제주특별법상 녹지국제병원의 최종 허가권을 가진 원희룡 도지사는 최근 제주도 인터넷신문기자협회 기자 간담회를 통해 최종 허가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에 다시 물어볼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에 공을 넘긴 상태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영리병원 반대공약 이행으로 '국민의정부' 시절부터 이어온 영리병원 논란을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이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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