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격 잃나?

박근혜 정부 시절 '해외 은닉계좌 보유' 사실 인정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생명 대주주 자격을 잃어버릴 수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정한 금융회사 최대주주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대답했다. 가능성이 사실로 확정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 역시 변화를 겪는다.

이건희, 박근혜 정부 시절 해외 은닉 재산 자진 신고

발단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지난달 19일 발언이다. 국정감사가 진행된 이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신고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제도' 시행 당시 이 회장이 자진 신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들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 회장이 자진신고한 재산과 소득의 출처에 대해 송 의원이 따져 묻자, 김 부총리는 "아마 그 자료는 지금 비공개"라고 대답했다. '미신고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적으로 6개월 간 시행됐었다. 이 기간에 자진신고하면, 관련 세금 및 명단 공개 등을 면제하는 제도다.

김 부총리의 당시 발언은 이 회장이 해외 은닉계좌 보유 사실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조세범처벌법과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미신고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제도'의 취지에 따라 관련 처벌이 감경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건희, 삼성생명 최대주주 적격성 요건 충족 못 해"

박 의원이 27일 거론한 게 이 대목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32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에 대해 2년 주기로 적격성을 심사한다. 이때 공정거래법과 조세범처벌법, 외국환거래법 등 금융 관련법의 위반 여부를 따지게 돼 있다.

박 의원은 "조세범처벌법·외국환거래법 위반을 자인한 이 회장은 지배구조법상 삼성생명 최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실상 수긍했다.

이어 박 의원은 "검찰이 이들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해 형이 확정되면 이 회장은 적격성 요건을 회복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금융위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삼성생명으로부터 경영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법 위반이 확정돼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런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기재부와 협의해서 알아보겠다"고 대답했다.

이건희 삼성생명 지분 가운데 10.76% 의권권 제한 가능성

이 회장이 해외 은닉계좌로 포탈한 세금이 연 10억 원을 넘으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선고받는다. 자진신고를 고려해도, 징역 1년 이상이 선고된다.

이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이 회장이 보유한 금융회사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된다.

박 의원은 "금융위는 형이 확정될 경우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중 10% 이상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20.76%다. 박 의원 주장대로 이 회장이 기소돼 징역 1년 이상이 확정되면 삼성생명 지분 중 10%를 뺀 나머지 10.76%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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