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복지를 하나로, 노동복지상담이 뜬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지역노동단체 활동가들이 복지 공부에 나선 까닭

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지역 노동단체 활동가 20여 명이 종일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노동복지센터, 비정규노동센터, 서울이동노동자쉼터 등에서 일하는 간부들이다. 이들이 참석한 자리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준비한 '노동복지상담 기초교육'. 나도 이 활동의 취지에 공감해 준비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일주일 내내 '사회복지학' 학생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상담에서도 '복지 정보'가 필요

지역단체에 찾아온 노동자의 처음 관심은 노동권이다. 체불, 해고 등 억울한 상황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 분들이 직면한 문제가 노동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 어려운 처지에 있다 보니, 전월세 부담, 금융 부채, 가족의 병원비 등 안고 있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가 하루하루 사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 지역단체의 상담 활동도 더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기존 '노동상담활동' 사이에 '복지' 단어가 들어갔다. 과연 복잡하고 방대한 복지를 우리가 상당할 수 있을까? 근래 지자체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이름으로 적극적인 복지 활동을 벌이는데 굳이 우리가 나서야 할까?

지난 1년간 준비모임을 통한 결론은 지역노동단체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노동 상담은 활동은 노동법/노사관계 범위에 한정됐다.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들이 겪는 민생 문제가 복합적인 만큼 앞으로 노동 관련 사안뿐만 아니라 생활 의제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활동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다. '복지 의제'를 통해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의 지원 및 조직화를 강화하자는 취지이다.

▲ 노동복지상담 기초교육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오건호

예를 들어, 지역에서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에게 장애인복지 관련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인복지관이 역시 그러하다. 이처럼 지역 노동복지센터가 영세 노동자에게 노동 권리뿐만 아니라 노동 복지에 관한 상담을 제공하고 지역의 공적 복지 네트워크로 연결해주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노동자의 복지 권리 증진뿐만 아니라 노동복지센터의 역할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첫 단계로 출발한 프로그램이 복지제도에 대한 기초교육이다. 어떤 복지가 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대략의 그림을 파악하는 15강 학습이다. 주제별로 현장감을 지닌 강사를 초빙해 제도와 실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노동복지상담 활동의 3단계

앞으로 지역에서 노동복지상담 활동은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새로 개척하는 일이라 명확히 그리기는 어렵다. 그래도 새 사업인만큼 향후 설계도는 필요하다. 노동복지 영역이 광범위하고 세부적이어서 노동복지상담 활동이 모두를 소화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에 실제 가능한 수준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대략 노동복지상담 활동은 3단계의 경로를 그려볼 수 있다. 1단계는 방문자 상담이다. 방문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능한 지원 방안을 찾아 관련 기관을 안내한다.

예를 들어, 금융 문제를 상당했다면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주거 문제를 상당했다면 자치구 주거복지센터 혹은 SH, LH로 안내할 수 있다. 아동 복지나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면 주민센터 혹은 보건소로 안내할 수 있다. 적합한 관계 기관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여러 관계기관과의 연계망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2단계는 후속 조직화이다. 관련 기관으로 안내된 방문자의 후속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향후 과제를 함께 모색한다. 지역노동단체가 문제해결 기관이 아니기에 방문자가 다시 모니터링에 응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1단계 상담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후속 모니터링 과정에서 동지감을 형성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3단계는 이전 활동의 결과를 정리해 노동복지상담 활동을 핵심 사례별로 유형화한다. 여러 사례를 데이터베스화하면 지역의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들이 겪는 주요 사안들이 정리될 것이고, 이것이 해결되는 지역 전달체계가 점검될 수 있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혁 과제도 도출될 것이다.

▲ <표> 노동복지상담 기초교육(2017.11.13.~17).

노동복지상담 활동의 열매를 기대하며

누가 노동복지상담 활동을 벌일 수 있을까? 우선 지역 노동복지센터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8개 노동복지센터가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4개였으나 하반기에 4개가 새로 생겼고 향후 더 늘 예정이다. 노동복지센터는 근로복지기본법과 서울시 조례에 의해 다양한 노동권익 지원사업과 복지사업을 벌인다. 지금까지 복지사업은 '스트레칭 교실, 체험 행사, 맞벌이 노동자 자녀교육 강좌 등' 센터가 직접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머물렀다.

앞으로 노동복지사업은 직접 서비스 제공보다는(물론 이 사업도 지역에서 노동자 조직화 차원에서 필요하다)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가 현재 지역에서 다양한 복지망을 접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후속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사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아직 시작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지역노동단체가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려는 창의적 시도라서 기대가 크다.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증진하고 지역사회의 적극적 주체로 나서게 하는 소중한 실험이다. 노동복지상담 활동이 좋은 열매를 거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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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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