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5일 국회를 찾았다. '세월호 2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에 자유한국당 추천권이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2기 특조위원 9명 가운데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이 3명을 넘지 않도록 국회가 '사회적 참사 특별법' 수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의 적폐인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사회적 참사 특별법'을 반대하는데, 이런 정당이 특조위원을 추천할 자격이 있나"라며 "자유한국당 추천 특조위원들이 대놓고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모독하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의 추천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은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 트랙)으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 참사 특별법(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지정한 바 있다. 이 법은 다당제하에서 '여야 협치 개혁 법안' 1호가 됐고, 국회법에 따라 330일 뒤인 오는 24일 정기국회에서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세월호 특조위원 9명 가운데 여당 추천 몫을 3명, 야당 추천 몫을 6명 주고 있다는 점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의 추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유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여 만들어진 법이지만, 유가족은 여야가 바뀐 만큼 애초 법안 취지대로 자유한국당의 추천권을 3명으로 제한하도록 수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세월호 참사 수습 책임자가 전임 박근혜 정권이고, 박근혜 정권 하에서 벌어진 일을 조사하는데 박근혜 정권에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야당) 측이 추천권을 더 행사한다는 것은 애초 이 법안을 만들게 된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에 기안됐던, 야당의 공영 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현재 놓인 처지와 비슷한 셈이다.
4.16 가족협의회는 수정안을 통해 특조위 직원 수도 12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기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만을 다뤘던 것과는 달리, 2기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함께 다루기에 필요 인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하루종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수정안 처리를 호소할 예정이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3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오는 24일 정기국회 본회의에 '사회적 참사 특별법' 수정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수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먼저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원안은 자동 폐기된다. 패스트 트랙 지정에 상임위원의 3분의 2가 필요한 것과는 달리, 과반의 찬성만 있으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즉, 수정안이 통과되려면 최소한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민의당은 수정안 처리에 긍정적이다. 국민의당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원래 박주민 의원안이 야당에 3분의 2 위원 추천권을 주기로 정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현재 민주당도 반성하므로 국민의당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본회의에서 대폭 수정해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경진 대변인은 "세부 내용은 원내대표단에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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