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운동, 이제 새로운 10년의 시작

[복지국가SOCIETY] 복지국가 운동, '깨어 있는 시민'이 나서야

지난 11월 2일 저녁,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1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국회의사당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사장 입구에 아세안 회의를 위한 출국으로 직접 참석하지 못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화환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격려해주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화환도 나란히 자리 잡아 이채로웠다.

10주년 기념 행사의 사회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회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사회복지사인 안진숙 정책위원과 함께 보는 것도 보기 좋았다. 오영훈 의원은 국회에서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의원연구회'의 간사를 맡고 있다. 또 문옥륜 이사장, 최병모 전 민변 회장,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 이래경 대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변광수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축사는 박주민 의원이 대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만들었고, 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하는 데 기여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특별검사였던 최병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초대 이사장은 "이제 복지국가 운동의 중요한 방향으로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적극적인 정치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이날 기념행사의 축사에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회 세미나를 통해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을 제안했고, 그것이 현 정부에서 "문재인 케어"로 구체화되었다는 사례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활동을 소개했다. 남인순 의원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연구하는 데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책을 공약으로 만들어 정치사회적으로 제안하고 국민 운동으로 전개하는 복지국가 운동 방식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왔다는 점을 잘 말해 주었다.

▲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하 케이크를 절단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이금형 공동대표, 남인순 국회의원, 문옥륜 이사장, 강위원 공동대표, 이상이 공동대표, 최병모 상임고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신자유주의 노선의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절차적 민주주의의 회복을 넘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주장했다. 박정희 시절 만들어진 성장 담론의 대안으로 역동적 복지국가를 제안하고, '87년 체제를 대체하는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주창해온 지난 10년 동안 드라마틱한 현대사의 한 가운데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자리 잡고 있었다.

2010년 3월에 열렸던 '복지국가 대국민 제안대회'는 그해 6월의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논쟁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무상급식 반대 시민투표는 오세훈 시장을 사퇴시키고 보궐선거로 이어지는 힘을 발휘했다. 이후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으로 서서히 부상하자, 눈치 빠른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복지국가를 당헌에 명기했다. 그리고 2012년 대선 토론은 복지국가를 누가 더 잘 할 것인가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 곳곳에서 벌였던 '복지국가 정책 아카데미'와 '복지국가 강의'는 촛불 시민들에게 비전을 제공했다. 또 촛불혁명 기간 동안 지속된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적폐청산 이후 새로 만들어갈 나라의 비전으로 복지국가를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다시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며

행사의 후반부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새로운 10년을 제안하는 세 분의 연설로 마무리되었다. 정혜선 정책위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청년과 건설 현장 크레인 사망자, 하루 16시간을 일하다가 과도한 노동으로 자살한 집배원과 과로사 공무원, 그리고 주민의 인격적인 모독으로 자살한 아파트 경비원 이야기를 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안산 단원갑 지역위원장 고영인 대표는 정당이 복지국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국민은 정책으로 정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고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복지국가 정치개혁 운동을 제안했다. 강위원 공동 대표는 복지국가를 위한 풀뿌리 지역운동, 복지국가 증세 운동, 그리고 회비 납부 및 회원 확대 등 회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이전의 민주 정부들이 챙기지 못했던 많은 과제들을 복지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숨은 노력이 큰 기여를 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나온 10년 동안 역동적 복지국가를 열기 위해 노력했던 숱한 과정들을 되돌아보는 것은 그 노력의 성과와 더불어 그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더 노력해 열어가야 할 '또 다른 10년'에 대한 희망과 결의를 다시 다지기 위함이다.

기념행사의 폐회사를 통해 문명순 정책위원(전 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시대적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는 모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그만큼 국민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요구하는 것도 많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더 많은 일들에 대한 더 큰 책임감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끝으로 이제 앞으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 속에 새로운 10년을 힘차게 시작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선언하면서 폐회사를 마쳤다. 앞으로 만들어갈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10년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주인이고, 그들이 복지국가 운동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가기 : '어떤 정부 형태인가' 보다 훨씬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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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7년 출범한 사단법인이자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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