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튀는 행보'에 깔린 전략

[김종배의 it]'무상급식 반대 파업', 김문수와 2위 다툼?

오세훈 서울시장의 '파업'은 파격이다. 평소의 '맨들맨들한' 이미지와는 달리 강골-투사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격이고,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무상급식 찬성 민심을 정면에서 거스르고 있다는 점에서 파격이다.

웬만하면 이해할 수 있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이 서울시정의 근간을 흔들 만큼 큰돈이라면 그의 '파격 투쟁'을 '어쩔 수 없는 투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헌데 아니다. 기껏해야 700억 원이다. 20조 원에 달하는 서울시 한 해 예산의 0.3%에 불과한 '푼 돈'을 놓고 파업까지 벌이는 것이다. 그러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궁금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왜 지금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그의 행보에 깔린 복선은 무엇일까?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자료사진)
그의 심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는 그의 당적이다. 한나라당 소속 시장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이 단순한 사실 하나가 모든 걸 설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나라당 당적에 대권 도전 꿈을 대입하면 오세훈 시장이 가야 할 길이 분명해진다. 본선 이전에 예선부터 통과해야 하고, 민심 이전에 당심부터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정체성을 한나라당에 맞게 설정해야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웅변한다. 그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경쟁자인 오세훈 시장을 제친 동인은 '보수 강골' 이미지였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보수 이미지를 설파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보수층 내 비박근혜 표심을 끌어들였다.

오세훈 시장은 같은 경로를 택한 것이다. 김문수 지사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국민 이전에 한나라당 당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 앞에서 강골-투사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다. 무상급식비를 군말없이 내주면 여소야대의 서울시의회에 질질 끌려 다니는 '물시장'으로 낙인찍히고 더불어 차기 보수 주자로서의 리더십에 상처를 받기 때문에 강하게 나가는 것이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으면 즐기는 게 낫다고, 어차피 민주당에 당할 거라면 핍박받는 이미지를 연출해 한나라당 당원들의 동조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행여 모른다. 이러다가 초과이익을 거둘지도 모른다. 김문수 지사 전략을 차용했지만 김문수 지사 이상의 소득을 올릴지도 모른다.

오세훈 시장이 '투쟁 고리'로 건 것은 전국적 의제인 무상급식이다. 그가 '투쟁 일성'으로 내건 건 보수진영의 구호인 '망국적 포퓰리즘'이다. 이 점이 시사한다. 오세훈 시장은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을 시도하고 있다. 전국적 의제에 대해 보수진영의 구호를 선창함으로써 전국적 지명도와 지지도를 끌어올리려고 한다. 그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의 방송토론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람대로 된다면 김문수 지사의 한계를 극복할지 모른다. 비록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하나 지지세가 수도권에 국한된 김문수 지사에 비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의 장점을 배가할지 모른다(폴리뉴스-한백리서치 11월 정기여론조사결과 참조).

혹여 모른다. 이러다가 어부지리를 챙길지 모른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국가론'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망국적 포퓰리즘' 구호로 복지 만능주의에 선을 그으면 박근혜 대항마의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현재로선 그래봤자 '2등 싸움'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지만 아무튼 오세훈 시장의 심저에 이런 전략이 깔려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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