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 연설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 검정 옷과 검정 넥타이를 착용하고 들어왔다. 가슴에는 '근조 공영방송'이라고 적힌 리본을 달았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6일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을 결정했을 때부터 검정 옷 착용을 이어가고 있다. 의원들 자리 앞에 놓인 노트북에는 '민주주의 유린, 방송 장악 저지'라고 적힌 문구를 부착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대통령 시정 연설이 이뤄지는 동안 각각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북 나포 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북핵 규탄 유엔 결의안 기권 밝혀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기도 했다. 대통령의 시정 연설 동안 본회의장에서는 간간이 박수 소리가 들렸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앞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제1야당의 품격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단호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겠다"며 '항의 시위'를 예고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 참사, 안보 무능, 좌파 포퓰리즘, 전방위적 정치 보복, 공영 방송 장악 등 총체적 국정난맥에 대해 정중하게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수막 시위'의 의미에 대해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모독적 언사를 하거나 예우를 못 갖춘 표현을 쓴 게 아니라, 가장 큰 현안에 대해 밝혀달라는 뜻으로 품격을 지키면서 현수막을 걸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감 중단까지 이른 공영 방송 장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국민의 의혹을 사는 흥진호 7일의 행적을 밝혀달라는 정치적 의사 표시를 했다. 또 유엔의 북한 핵 규탄 결의안에 기권한 것도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여당 몫'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권을 달라고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국정감사를 보이콧했다가,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에서조차 '명분 없는 보이콧'이라는 빈축을 산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흥진호 북한 나포 7일간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을 밝혀야 한다면서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빗대기도 했다.
유엔의 '핵무기 철폐 결의안'에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도 기권한 바 있다. 일본이 원자폭탄 피해 범위에 일본인뿐 아니라 조선인도 포함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묵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유엔 결의안 기권을 문제 삼고 있다. (☞관련 기사 : 한국당, UN 결의안 배경도 모르고 '헛다리' 비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