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협박, 朴엔 찬밥...위안부 기록 등재 실패 원인

1차 검토 좋은 평가 받았는데...박근혜 정부 '헛발질'에 일본은 '로비' 강화

유네스코(UNESCO)가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등 8개 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를 보류한 것과 관련, 국제연대위원회 측은 일본이 유네스코 측에 폭력적인 압박 행위를 벌였다며 유네스코의 객관성 확립과 함께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31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 사무단은 서울 서대문 인근의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일본 정부가 자행한 유네스코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위를 조사하여 그 사실을 세계에 널리 알림과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어느 한 국가나 정치세력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단에 따르면 해당 기록물은 유네스코 내에서 1차 검토를 하는 등재소위원회(RSC)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단장은 "2016년 2월 RSC의 검토 결과 '대체 불가하고 유일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RCS는 당시 검토 결과에서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은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의 보존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홀로코스트와 캄보디아 제노사이드에 비교하는 문장은 수정해 주기 바란다"고 권고했고 이에 사무단은 기록물을 수정해 제출했다. 신 단장은 "이후에는 다른 어떤 요구도 없었기 때문에 등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등재를 막기 위한 일본의 압박은 점점 심해졌다. 신 단장은 "일본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관계 규정을 바꾸도록 집요하게 요구했고, 분담금을 내지 않거나 유네스코에서 탈퇴한다는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유네스코에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다. 신 단장은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탈퇴를) 협박하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자체가 와해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전문성만으로 기록물을 판단해야 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업의 존립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은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막기 위해 '이견의 여지가 있는 등재 신청서'는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신 단장은 "일본은 제202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회의 운영규정 개정안' 승인을 통해 (위 논리를 규정으로) 삽입할 것을 시도했다"며 "그런데 이것이 여의치 않자 집행이사회 결정문에 '세계기록유산사업'과 관련 유네스코 사무총장, 국제자문위원, 관련 당사자 모두 정치적 긴장을 회피하고 대화, 상호이해 및 존중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촉구한다는 문구가 추가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 단장은 당사자 간 대화를 촉구하는 문구가 삽입된 것과 관련, "식민지 피해 관련 기록물은 종주국과 대화해야 하고, 전쟁피해, 국가(정권)폭력 피해 등은 가해자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 촉구 결정문이 예전에도 있었다면 현재 등재되어 있는 노예 관련 기록물, 5.18 민주화 운동과 같은 국가(정권)피해 기록물은 등재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조항이 추가된다면 지금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견지해 왔던, '소실 가능성'이 있는 기록물을 보존한다는 매우 기초적인 이념을 내팽개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신 단장은 "'당사자와의 대화'는 결국 피해자의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방해하는 규정인바, 이 규정의 부당함을 우리와 같은 피해기록을 지닌 국가와 단체에 알림과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본래 정신에 맞는 규정으로 바꾸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 단장은 일단 "국제연대위원회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무국의 권고에 따라, 충실하게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다만 유네스코는 모든 정치적 요인을 배제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에 맞추어 객관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등재 실패가 지난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예견됐던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실 국제연대위원회 한국위원회 대표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면서 한국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는 한일 합의 체결 이후 등재에 대해 기존 지원을 끊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이 있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불용예산으로 만들면서 유네스코 기록 등재를 방해하거나 걸림돌 역할을 했다"며 "로비 활동을 치밀하고 적극적으로 벌인 일본 정부에 두 손 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미래 세대에게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이러한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며, 이는 민간차원의 이번 기록유산 등재 추진 노력과도 상통하는바, 정부는 이러한 민간의 노력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하여 역사적 진실에 반하는 어떠한 언행에도 반대한다"며 "앞으로도 위안부 기록물이 객관적이고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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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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