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UN 결의안 배경도 모르고 '헛다리' 비판

박근혜 정부도 북한 눈치 보는데 급급했나?

자유한국당의 '헛다리 짚기'와 '생떼 쓰기'가 외교 안보 분야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와 동일한 결정을 내린 유엔 총회 결의안 기권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왜곡된 해석을 내놨다.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채택된 '핵무기 전면철폐를 위한 단합된 행동' 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기권한 것과 관련, 정부에서 기권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했냐면서 기권을 해도 괜찮은 결의안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해당 결의는 1994년부터 채택된 결의안이다. 우리는 (결의안이 처음 채택됐을 때부터) 계속 찬성하다가 2015년부터 기권으로 돌아선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강 장관의 설명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 "북한 눈치 보기 위해서 그랬다"고 자체 판단을 내렸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해당 결의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기권을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2015년부터 일본이 특정 국가의 원자폭탄 피해 문안을 반영했다. 일본의 피해만 강조하고 핵 무기에 대한 보편적‧인도적인 차원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은 것만 홍보했기 때문에 2015년부터 기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해당 결의안에 기권한 이유와 관련, 일본이 전쟁 피해 국가라는 점이 지나치게 부각됐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강 장관은 "2015년 일본 측이 새로운 요소(원자폭탄 피해 강조)를 들고 나왔을 때 우리는 여기에 한국 원폭 피해자도 포함돼야 한다고 논리를 세웠다"면서 "그런데 일본이 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기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우리가 여기에(결의안에) 찬성한다면 국내적인 반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때문에 기권 입장을 다년 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해당 결의안에 달라진 것이 있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2015년부터 계속 기권해왔다"며 박근혜 정부 때부터 3년 연속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강 장관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일본은 2015년부터 해당 결의안에 자국민의 원자폭탄 피해만을 강조했고 당시 피해를 입은 조선인들을 배제시켰다. 이를 통해 일본은 자국이 세계 2차대전의 전범 국가가 아닌 전쟁 피해 국가라는 여론을 국제적으로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일본이 지난해 7월 유엔총회를 통과한 핵무기 금지 협약에는 서명하지 않았으면서, '핵무기 전면철폐를 위한 단합된 행동' 결의안에 자국민의 원폭 피해를 강조한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해당 결의안에 지난해는 167개국이 찬성했지만 올해는 찬성 국가가 144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번 결의안 기권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데만 급급한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강 장관이 밝힌 대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기권을 해왔던 사안이다.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라면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봤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은 이 결의안이 유엔의 어떤 회의에서 채택됐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질의를 하기도 했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이걸 왜 기권했냐"고 물었고 이에 강 장관은 "안보리가 아니라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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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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