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MB, 자유한국당..."촛불은 계속된다"

촛불 1주년 대회..."적폐 청산 과제 완수해야 진짜 촛불 혁명"

"촛불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년 만에 다시 광장에 촛불이 켜졌다. 넘실거리는 촛불 물결 사이로 보이는 6만여 시민들의 얼굴은 밝았다. 1년 전 분노를 토해내던 시민들은 보다 희망을 이야기했다. 구호도 달라졌다. 2016년 10월의 구호가 "박근혜 퇴진"이었다면, 2017년 10월의 구호는 "적폐 청산", "사회 대개혁"이었다.

촛불 정국을 주도했던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1주년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27일 첫 집회 이후 딱 1년 만에 열린 이날 집회에서는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촛불의 의의를 되짚어보고, 남은 적폐 청산 과제들을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28일 촛불 1주년 대회가 열렸다. 1년 전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촛불 시민들은 "적폐 청산" 구호를 외치며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 1주년 대회에 모인 6만여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최종진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대표는 "23차 범국민행동을 끝으로 1700만 명의 촛불 시민은 평화롭고 위대한 걸음을 멈췄다. 분노로 모였으나 평화로 멈췄다"며 "촛불 시민이 함께 계시기에 민주주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라며 감회를 밝혔다.

박석운 대표는 촛불 집회의 의의에 대해 "1700만 국민의 촛불 혁명이 의미하는 것은 박근혜 하나의 퇴진이 아니라 특권과 반칙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해온 체제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무언가 하면 된다는 희망을 본 촛불 세대에게 한국 사회가 더 이상 헬조선이 아닐 수 있게 하기 위해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촛불 1년에 대한 벅찬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남은 적폐 청산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태선 대표는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곧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다.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 국민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전쟁도 있어선 안 된다. 우리는 어느 쪽의 핵 위협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촛불 시민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탄핵도 이뤄냈다"며 "촛불의 힘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일도 같이 해내자"고 당부했다.


조수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최대 적폐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꼽으며 법적 단죄를 촉구했다. 조 사무처장은 "MB 정권은 정치인, 연예인, 일반인 할 것 없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4대강은 녹조라떼로 만들었다. 자원 외교를 통해 늘어난 공기업 부채도 380조"라며 "1년 전 이 자리에서 최순실이 구속되는 광경과 박근혜가 재판 받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제 적폐 청산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의 쾌거를 이뤄낸 촛불의 과제는 다양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선거 제도 개혁 등 요구가 28일 집회에서 나왔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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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정치 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다. 하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는데 국회의원들은 그대로 있다"면서 "국회의원 연봉이 1억4700만 원으로, 노동자 연봉의 네 배 수준이다. 국회를 바꾸는 것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심 그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한 바"라며 선거 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적폐 사건인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가족도 무대에 올랐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보고 시간 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드디어 추악한 박근혜 적폐의 진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그런데 박근혜 적폐 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우리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2기 특조위 설립을 가로막고 있다.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의 뜻을 모아 진실을 규명하고 대한민국 명예회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이은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대표는 "대통령은 파면됐고 촛불 시민은 승리했다. 하지만 청소년의 삶에는 변화가 없었다"며 "청소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권리가 청소년 참정권이다. 지난해 촛불 집회 동료로서 함께 구호를 외쳤던 청소년에게도 민주주의가 보장되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촛불 집회 1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자리였음에도, 대회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주최 측인 퇴진행동 측이 지난 23일 "집회 후 청와대와 시내 방향으로 두 갈래 행진을 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논란이 인 것.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 행진을 할 경우 현 정부를 겨냥하는 모양새가 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급기야 문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한 시민은 서울 영등포 여의도 공원에 따로 집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이에 이날 집회는 광화문과 여의도 두 갈래로 갈라져 진행됐다.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촛불파티 2017'는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 정부 인사에게 수여하는 '적폐 어워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근에 있는 자유한국당사 앞까지 행진했다.

정강자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대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촛불 시민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예상하고 고려하지 못한 점은 저희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 논란 역시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촛불 혁명 기간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논란 앞에서 집단 지성을 발휘해왔다"며 "이번 논란도 전화위복으로 더 큰 단결의 계기가 되어 촛불 혁명의 정신을 계승시켜 나가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에서 논란이 됐던 청와대 행진은 결국 취소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진해산을 했지만, 참가자 일부는 효자동까지 행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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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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