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검찰이 본 총 35곳 표현 가운데 24곳은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나머지 11곳을 사실을 적시한 부분이라고 봤다.
사실 적시 표현의 경우 유엔(UN) 인권소위원회특별조사관 보고서, 일본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1993년 8월 담화문 등 객관적 자료에 비춰 11개 사실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이런 허위 사실로 인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고 박 교수가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이를 접한 독자들은 대부분의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고 경제적 대가를 받으며 성매매를 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 교수는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사람으로 해당 서술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사실 왜곡으로 피해자들에게 큰 정신적 고통도 안겨줬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고 기존의 해결 방법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을 비방하거나 고통을 줄 목적은 없었다"며 "학문과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하고 박 교수의 잘못된 생각은 토론 등으로 걸러져야하지 법관의 형사처벌로 가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고법은 또 피해자들이 특정되지 않아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1심 판결도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단 내 개별 구성원에 대한 지칭이 있을 때는 대상이 특정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자신이 위안부란 사실을 밝히지 않는 한 제3자는 이를 알 수가 없는 상황 등을 보면 명예훼손 성립은 스스로 위안부란 사실을 밝힌 사람들에 대해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 위안부로 등록된 사람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36명에 불과하다"며 "스스로 위안부란 사실을 밝히고 일본에 책임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명예훼손 대상으로 특정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에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허위 사실을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저서에는 '위안부들을 유괴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최소한 조선 땅에서는 그리고 공적으로는 일본군이 아니었다', '위안부가 일본군과 함께 전쟁을 수행한 이들이다', '아편을 군인과 함께 사용한 경우는 오히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1심은 "박 교수가 책에서 개진한 견해는 어디까지나 가치판단을 따지는 문제이므로 형사 절차에서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에서 벗어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는 검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본 총 35곳 표현 가운데 30곳은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나머지 5곳은 사실 적시지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교수는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교수는 "선입견만으로 내린 잘못된 판단으로 당연히 상고할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연구 중으로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많은 자료가 나오고 있고, (집필 당시) 제 의견이 틀렸다는 인식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며 "생존해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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