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살인견으로 만드는 사람들

[안종주의 안전사회] 반려견 1000만 마리 시대, 물림 사고 급증

프렌치 불독 한 마리가 우리 사회의 반려동물 시대 안전을 되돌아보게끔 만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을 물어 숨지게끔 한 동물에 대한 안락사 등 처리 문제, 개에 물린 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과 예절 등도 새삼 언론의 주요 이슈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사람이 개에 물리는 사건과 이로 인한 사망은 물론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최근 키우는 반려견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져 맹견도 있는데다 반려견의 수도 크게 늘어나 1000만 마리가 넘을 정도여서 반려동물의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세인의 관심을 끈다.

여기에다 사람을 문 개의 주인이 유명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겸 탤런트인 최시원 씨란 것과 함께 개에 물려 치료를 받다 숨진 이가 서울의 유명 식당인 한일관 대표라는 점 때문에 여느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인 사건과는 달리 1주일 넘게 마치 대형 정치스캔들처럼 언론들이 앞 다퉈 다루고 있다.

과거 언론계에서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이 '전설'처럼 전해져왔다. 매우 특이하고 희소한 이야기가 뉴스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이 틀린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개는 잘 무는 동물이다. 언제든지 사람을 물 수 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큰 뉴스가 못된다고 했지만 그것도 개 나름이다. 정확하게는 개 주인 나름이고 물린 사람 나름이다. 유명인사의 개가 유명인사를 물어 결과적으로 숨지게 만들었으니 뉴스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더 큰 뉴스가 된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시킨 반려동물 시대의 명암

소득 증가와 함께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는 덩달아 급속한 반려동물 시대에 접어들었다. 최근 한 중앙일간지는 반려동물을 포함해 야생동물 등 각종 동물들, 그리고 사람과 동물 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동물 전문 온라인매체 <애니멀피플>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의 이야기가 매스미디어의 주요 의제가 되는 시대가 왔다. 최근에는 반려견에 이어 반려묘를 키우는 '냥이 집사'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시대는 명암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어린이와 홀로 사는 사람들은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감성을 풍부하게 하거나 외로움을 달래는 긍정 효과를 맛볼 수 있다. 반려동물 시대의 명(明)이다. 최근 우리 사회가 급작스레 반려동물 시대로 넘어간 것은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한둘 밖에 안 되는 저출산과 너무나 빨리 진행되는 고령화, 그리고 장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인들만 사는 세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시대는 필연적으로 암(暗)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 암, 즉 개 물림 사건에 대해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에서 암(癌)적 존재가 된다. 아파트와 거리, 공원, 심지어는 산 등 곳곳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이 지나다니고 목줄을 하지 않은 개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뛴다. 대부분의 개 물림 사건은 이렇게 일어난다.

반려견에 사람이 물려 다치거나 숨지는 사건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개의 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난 측면도 있고 반려동물 시대에 걸맞은 소양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것이다.

반려견 물림 사고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

한국소비자원 위해정보국에 접수된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5건이었다가 해마다 증가해 2015년 1488건, 2016년 1019건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까지 1046건이 접수됐다. 실제 개 물림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동물학대를 막고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는 반려동물 시대에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다. 개는 때론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자 사람을 가장 잘 따르는 동물이지만 때론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개의 크기와 종류, 온순함의 정도에 관계없이 개는 늘 위험한 동물이란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태도이다.

집 밖에서는 언제 어디서고 목줄을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또 목줄도 사람이 곁을 지날 때는 반드시 짧게 하고 단단하게 잡아야 한다. 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변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준비물을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사람을 문 적이 있는 개는 그냥 두지 말고 반드시 개 행동교정센터를 찾아가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개와 고양이 등 동물들은 광견병, 톡소플라스마 등 다양한 인수공통전염병을 사람에게 옮길 수 있으므로 반려동물에 대한 예방접종과 기생충 제거 등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반려동물 시대에서 인간의 안전을 위해서는 핏불테리어 등 맹견의 경우 사육허가제를 도입해 교육을 받은 이들만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등 법과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항생제 잘 안 듣는 녹농균 병원감염 국내 매우 높아

최시원 씨의 프렌치 불독 인명 피해 사건은 피해자가 개에 물린 뒤 1주일가량 지난 뒤 녹농균(綠膿菌)에 의한 패혈증 증세로 숨져 정확한 직접 사인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녹농균은 병원감염의 대표적 세균이자 여러 항생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 대표적 다제내성균(Multidrug-resistant Pseudomonas aeruginosa : MRPA)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병원에서 상처를 처치하면서 이 세균이 오염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녹농균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건강인의 약 5%에서 장관(腸管) 내에 살고 있고, 입원환자의 경우 30% 정도 존재한다. 대부분 피오시아닌 색소를 내어 녹색고름을 만들어 녹농균이라 불린다. 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 수술을 받은 환자,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 장기 이식환자, 노인, 면역저하 환자, 만성 기저질환자 등에서 조직을 절개하는 등 침습적인 시술이나 수술 등을 통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3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녹농균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미국의 중환자실 감시에서 1993년 4%에서 2002년 14%로 크게 증가했다. 유럽의 보고에서는 2011년 14.1%, 2012년 13.5%, 2013년 13.0%, 2014년 13.3%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이들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중소병원의 경우 2010년 내성률이 29.5%, 종합병원급에서는 29.2%로 각각 보고된 바 있다.

숨진 한일관 대표의 경우 개의 이빨이나 침에 녹농균이 있었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처치 기구 등이 오염돼 녹농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각각 존재하지만 주검을 부검하지 않고 그냥 화장처리 해버렸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명확한 사인 규명을 할 길이 없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병원감염이 위험성 또한 경고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질병관리본부는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 발생 등을 막기 위해서는 녹농균에 감염된 환자, 감염원과 접촉한 사람의 손 또는 오염된 의료기구 등을 통해서 전파 가능하므로 철저한 손위생과 의료기구의 소독·멸균을 철저히 하고 침습적인 시술 시 무균술을 지키며 병원 진료·수술 환경 표면의 청소와 소독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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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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