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해산 하고 싶다!…이런 방법은 어때요?"

[하승수 칼럼] 11월 11일, 광화문에서 만납시다

촛불 1주년입니다. 그 때의 감격이 여전히 마음 속에 살아 있습니다.

좀 엉뚱하지만 한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년 10월 처음 촛불을 들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될 것이라고 확신한 분이 몇 분이나 되었을까요? 또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5월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 분은 얼마나 되었을까요?

작년부터 일어난 촛불은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나의 동료시민들이 이렇게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큰 힘으로 자라났고, 결국 최고권력자를 끌어 내렸습니다. 그래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만 바꾸었을 뿐, 국회는 그대로입니다.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안 될 상황입니다.

아마도 다른 국가였다면, 국회가 해산되고 새로운 총선이 치러졌을 것입니다. 국정농단에 부화뇌동하거나 그것을 묵인한 국회의원, 부패와 권력남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무능하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기억 때문에 '국회 해산' 제도가 없어진 나라입니다.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으면서도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일부 갖고 있는 오스트리아, 핀란드같은 국가도 국회 해산 제도가 있습니다. 의원내각제 국가는 대체로 국회 해산 제도가 있습니다. 이들 국가도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국회 해산 제도 자체가 반민주적인 것은 아닙니다. 도저히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회를 해산하고 새로 총선을 치르자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도, 책임의 한 축인 국회는 그대로인 것은 이상한 상황입니다.

시민들도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면, 여러 시민들이 '국회를 해산할 방법이 없느냐'고 물어보시지만, 현행 헌법에는 없습니다. 국회의원 100명 이상이 사퇴하면 국회가 자동 해산되는 것 아니냐고 잘못 알고 있는 분도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딜레마입니다. 국회 해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회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국회를 구성하는 규칙(rule)를 바꾸면, 당장 국회의원들과 정당들의 행태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 선거부터는 국회 구성이 확 달라집니다. 유권자들이 잘못된 행태를 보이는 정당을 심판하기도 아주 쉬워집니다.

바로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민심그대로 의석배분)'를 도입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번 선거부터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총의석이 정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정당내부에서도 합리적인 세력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정책을 소흘히하고 '막가파'식 정치를 한다면, 그 정당은 다음번 선거에서 정당득표를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패하고 자질에 문제가 있는 국회의원들은 정당 내부적으로도 솎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또다시 공천을 주는 정당은 정당지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200석을 넘긴다는 괴담이 돌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쳤습니다. 더구나 정당지지율은 33%대에 그쳤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을 보면서, 새누리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도 정당투표에서는 새누리당을 찍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면 선거 때마다 요행으로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은 못 나옵니다. 이제는 정당이 시민들에게 인정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각 정당이 받은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받기 때문에, 정당들은 각종 개혁과제나 시민들의 삶을 위한 정책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촛불 1주년을 맞는 지금 선거제도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탄핵을 추진하자는 얘기가 시작됐을 때에 그것이 성사되리라고 확신한 시민들이 몇 %나 되었을까요? 처음 촛불을 들었을 때에 5월에 조기대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 분들은 얼마나 되었을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힘이 모인다면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여건은 좋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야당후보였던 안철수, 심상정 후보도 찬성했습니다. 국회상황을 보면, 여당인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민심 그대로 의석배분)'이 여전히 당론이고, 국민의당도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바른정당 일부 국회의원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원내진보정당인 정의당, 최근 창당한 민중당은 당연히 찬성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같은 국가기관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주권자인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움직이기만 하면 될 수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외의 다른 선거제도 개혁과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18세 선거권 등 참정권 확대, 여성할당제 강화, 지방선거제도 개선 등도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지금 진행중인 국정감사는 10월 31일에 끝납니다. 그리고 11월/12월 2달동안 선거제도 개혁, 그리고 개헌에 관한 집중적인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에만 맡겨놔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개혁의지가 있는 국회의원들의 얘기입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는 국회 안팎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결국 주권자들이 나서야 정치개혁이 됩니다. 그래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11월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정치의 한마당을 열려고 합니다. 광화문에서 힘을 모으고 그 이후에는 여의도 국회안팎에서 목소리를 내서 이번에는 반드시 개혁을 현실로 만들려고 합니다.

11월 11일 <민주주의 UP! 2017 정치페스티벌>이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11월 11일 오후 2시부터 다양한 부스들이 차려지고, 이벤트와 작은 공연들이 펼쳐질 것입니다. 4시반부터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사전대회도 열립니다. 지금대로 간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도 만18세 선거권은 불가능할 상황입니다. 6시 본대회 때에는 정치개혁과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을 요구하는 주권자들의 목소리와 공연이 어우러질 예정입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주권자가 움직여야 정치가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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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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