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혁명의 완성은 역동적 복지국가 만들기다

[복지국가SOCIETY] 복지국가 운동 10년의 역사와 촛불 혁명의 미래

촛불 혁명이 시작 된 지 벌써 1주년이 되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한겨레와 JTBC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광화문 광장에는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한겨울 내내 이어진 1700만 명 촛불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서는 1000만 촛불 시민을 에버트 인권상의 수상자로 선택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도 우리나라의 위대한 민주주의 업적을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자 3년 동안 바다 속에 가라앉았던 세월호 선체가 떠올랐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해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를 했다. 공영방송의 재건을 위한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파업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개편을 계기로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신고리 원전 공사는 재개하겠지만, 향후 새로운 원전 건설은 중단될 전망이다. 복지국가를 위한 많은 정책들이 체계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 모두가 촛불 혁명의 성과이고 전리품들이다.

촛불 1주년을 계기로 촛불 혁명을 통해 우리 국민이 만들고자 하는 복지국가와의 상관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대한민국 복지국가 운동을 이끌어온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11월 2일(목요일) 오후 7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수행해온 복지국가 운동과 앞으로 10년 동안 만들어갈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비전을 함께 공유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만든 이유

지난 2006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지식인들이 모였다. 의료보험 통합 운동을 주도하고 추진했던 보건의료 운동가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었던 복지 전문가들, 참여정부에서 보편적 보육 정책을 주도했던 분들, 그리고 개발 중심의 성장 전략이 아닌 다른 방식의 경제 성장 방안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모여 토론을 시작했다. 교수와 시민운동가도 있었고, 정당에 몸담고 있던 정치인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및 활동가들이 모였다.

체계적으로 토론했다. 당시 우리는 두 차례의 민주 정부 기간 왜 대한민국은 달라지지 않았는지, 왜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지, 왜 국민의 지지가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그렇게 낮아졌는지 반성하고, 새로운 답을 얻고자 했다. 그 해답을 찾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미래를 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년이 넘게 이어진 토론과 고민의 결론은 이제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진 성장 전략과 경제사회 시스템은 이미 낡았는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작동 시스템은 아직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능력 있고 의욕적인 정치 지도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국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문제들을 구조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이 필요했다. 경제와 사회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요구됐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이 필요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역동적 복지국가'였다.

그리고 역동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싱크탱크 유형의 시민사회 단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7년 7월 드디어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출범했고, 그해 가을 국회 사무처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소 기능에 더해, 복지국가의 철학을 홍보하고 교육할 수 있는 시민 단체로서의 기능을 부여했다. 우리는 단체의 명칭을 정하고 활동의 범위를 기획하는 데 영국을 복지국가로 만드는 데 기여한 '페이비언 소사이어티'를 모델로 삼았다.

지난 10년 동안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해온 일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출범했다. 2007년 가을은 대선을 앞둔 시기였고, 앞도적인 표 차이로 이명박 정부가 탄생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민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면서 신자유주의적 성장 만능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작은 정부' 노선의 규제 완화와 민영화 노선을 추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규제 완화와 민영화 기조에 누군가는 맞서야 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조직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회원을 모으고 사업을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엄혹했던 이명박 정부의 임기 첫해인 2008년을 잘 넘겼다. 복지국가 정책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복지국가 담론의 심화와 정책 개발에 몰두했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각종 심포지움이나 토론회에 많이 참석해서 복지국가의 논리와 정책을 설파했다. 전국을 다니며 시민을 대상으로 복지국가 주제의 강연을 했다. 2007년 7월 출간된 <복지국가 혁명> 이후의 새로운 저술을 기획했다. 2008년과 2009년의 이런 노력들은 체계적으로 누적됐다. 그리고 당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정치사회적으로 새로운 대안을 요구했다.

2008년 총선에서 추락했던 야당은 서서히 전열을 정비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항할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었다. 진보 야당부터 복지국가를 정당의 강령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수용했다. 이제 제1야당 차례였다. 2010년 3월,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난 시기의 복지국가 담론 및 정책 개발의 성과를 담아낸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여의도에서 '복지국가 대국민 제안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야당의 대표 정치인들이 모였고 복지국가 정치의 추진을 다짐했다. 민주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의 대표 정치인들이 복지국가를 위한 새로운 교육정책, 노동정책, 경제정책, 복지정책 등을 한목소리로 국민에게 제안하고 알렸다. 이날의 제안대회는 다수의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복지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었다.

2010년 6월,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 무상급식 논쟁을 계기로 '보편적 복지'를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우리 아이들에게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밥을 먹도록 하고 싶은 학부모들의 소박한 요구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정확하게 포착해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설명하고 알리면서 선별적 복지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복지 체제를 선진국 유형으로 개편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 정책에 대한 이론적 근거와 실천적 의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해 10월, 제1야당인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 위원회'를 만들었고, 당의 강령으로 채택하면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당의 정체성으로 반영했다. 다급해진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였다'라는 연설을 하면서 2011년 창당한 새누리당의 강령에 복지국가를 명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복지국가가 당시 정치사회적 요구로 정식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은 4대강 개발 같은 토목건설이 아닌 보편적 복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변화되었다. 문재인 후보의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공약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4대 중증질환부터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공약으로 논쟁을 했고,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2배 지급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박 후보는 소득을 따지지 않고 모든 노인들에게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약속으로 TV토론을 벌였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로 복지국가를 채택한 것이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복지국가를 위한 주거복지 정책, 의료 보장 정책 등 각종 복지 정책, 지방 정책 등 중요한 분야의 대안을 개발하고, 이를 공론화하면서 정치권에 제안했다. 또 복지국가에 동의하며 긴밀하게 협력하던 국회의원들과 함께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의원 연구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공부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해 복지국가 정책을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중요한 정책 현안들에 대해 정책위원들의 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해 온라인 회원 1만 여 명에게 이메일로 소식지를 발송하고 논평이나 성명도 발표했다. 매주 한 편씩 발표된 칼럼은 10년 동안 500개 가까이에 이르렀고, 프레시안을 통해 널리 읽히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발굴되었고 해당 분야의 정책들이 다듬어졌다.

노동계나 진보적 지방 정부의 의뢰를 받아 정책을 개발하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공공 산후조리원 정책을 구체화하고, 비정규직 교사협의회와 같이 적정 교원 확보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연구했다. 보건의료산업노조와 함께 적정 보건의료 인력의 기준을 만들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된 사회서비스 인력 공단을 처음으로 제안하는 등 본연의 업무인 연구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진보적 연구소들과 협력하고, 그 결과를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렸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여러 시민사회 단체들과 연대해서 복지국가 현안에 대해 함께 이슈 파이팅을 했다.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올해 '문재인 케어'를 통해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으로 상당 부분 채택되었다. 국민연금의 올바른 개혁을 위한 노력은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이라는 단체의 결성과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현재의 낡은 정치 제도와 선거 시스템으로는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비례민주주의 연대”라는 시민정치 개혁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정책 아카데미와 더불어 광주, 대전, 전주, 대구, 부산, 진주, 제주, 안동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지난 10년 동안 개최된 복지국가 정책 아카데미에는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복지국가 건설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이 일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야말로 복지국가 건설의 거대한 추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일부 지역들에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지부 창설도 이루어졌다.

약 1년 전부터 새롭게 떠오른 대안 언론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새가 날아든다>에 매주 고정 출연을 하고 있고,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통로로 각 분야별 복지국가 정책들이 수많은 청취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렇게 알려진 복지국가 정책은 광화문의 촛불 혁명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 가야할 새로운 나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도 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복지국가 정책을 알려줌으로써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을 확산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포용적 복지국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을 통해 창출된 정권이다.

▲ 2016년 12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시민들이 모였다. ⓒ프레시안(최형락)

촛불 혁명의 궁극적인 목표는 복지국가 건설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제안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내용들은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라는 복지국가의 4대 기둥으로 집약되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소득주도 성장과 밥이 곧 민주주의”라는 문재인 정부 정책의 근간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축소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노동 정책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복지국가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정치권은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야당들의 이합집산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실제 생활과 관련된 정책들에 대해서는 언론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구속된 대통령의 석방이나 재판을 두고 연일 소모적인 정치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중요한 법안의 심의와 예산 반영에는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2020년까지 기다려 특정 정당에게 표를 몰아준다고 한들 이렇게 비생산적인 국회가 바뀐다는 보장이 없다. 전체 국가 예산의 30%를 집행하고 국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여전히 토목건설 사업에 치중해 있고 사회서비스의 제공이나 일자리 창출은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도 국민들의 삶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정치권의 상황을 보노라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른 복지국가는 지금도 여전히 외면되고 있는 느낌이다. 생존을 위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복지국가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고 있다. 제2의 촛불 혁명으로 지방정부를 개혁하고, 제3의 촛불 혁명으로 국회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촛불 혁명은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 '역동적 복지국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때서야 촛불 혁명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제2의, 제3의 촛불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11월 2일(목) 저녁 7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서 우리의 소망을 구체적으로 모아보자.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대동법, 현대의 김육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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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7년 출범한 사단법인이자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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