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가 23일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소속된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전체 중의원 465석 중 281~336 석을 얻을 것으로 집계됐다. 방송은 자민당이 253~300석, 공명당은 27~36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자민‧공명당 연립여당은 의회 과반은 물론, 개헌 발의를 위해 필요한 310석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고이케 도쿄도 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은 38~59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7월 도쿄도 지사에 당선되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떠올랐던 고이케 지사의 정치적 영향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 제1야당이었던 민진당 내에서 비교적 진보‧개혁적인 색채를 띄고 있는 의원들이 창당한 입헌민주당이 44~67석을 얻으며 제1야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전신인 민진당에서 당내 상당수 의원들이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으로 옮겨가며 당이 분열됐지만, 그럼에도 입헌민주당이 제1야당의 지위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막판에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 출구조사에 따르면 공산당은 8~14석, 일본유신회는 7~18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북한이 아베 도와준 셈
아베 총리는 북한의 군사 행동과 야권의 분열 등으로 손쉽게 총선 승리를 거뒀다. 지난 8월 아베 총리는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를 비롯해 내각 인사들의 잇따른 사학 비리 의혹으로 인해 한때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북한이 아베 총리를 위기에서 구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북한은 지난 8월 29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방향으로 시험 발사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미사일을 탐지한 이후 경보 발령을 내리고 일부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피난 메시지를 보내는 등 급박한 대응을 했다.
여기에 지난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아베 총리는 사학 스캔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이후 아베 총리는 북한에 강경한 대응을 이어갔고, 북핵의 위기 속에 국가를 안정적으로 움직일 지도자는 자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지난 9월 25일 중의원을 해산하는 배경에 대해 '국난 돌파'를 위한 것이라면서 극복해야 할 국난으로 북핵 문제를 꼽았다. 이어 아베 총리는 유세장에서 북한을 거론하며 자민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아베의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한 때 20%까지 떨어졌던 내각 지지율은 50%대를 회복했고 자민당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인 최대 라이벌로 꼽히고 있는 고이케 지사가 이번 선거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것도 자민당 압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고이케 지사는 총선 전 '희망의 당'을 창당했다. 여기에 민진당의 일부 인사들이 결합하면서 세를 불려갔다. 하지만 고이케 본인이 중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고 당 내 후보들이 고이케 지사와 사진을 찍으려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구설수가 등장하면서 희망의 당 지지율은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민진당에서 희망의 당으로 가지 않은 진보‧개혁 인사들이 입헌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야권의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전국 289개의 소선거구 가운데 80% 정도 차지하는 226개 선거구가 여당 1명과 여러 명의 야당 후보자 출마한 지역이였다.
한편 아베 총리가 이번 선거 이후 본격적인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헌에 찬성하는 자민당, 공명당, 희망의 당, 일본 유신회 등의 의석을 합하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훌쩍 넘기 때문에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입헌민주당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베가 '개헌'으로 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또 개헌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여론 설득 작업 없이 총선 직후 개헌 작업을 착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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