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모독, '국민선동죄'다

[기고] 단순 명예훼손이 아냐…헌정 파괴 범죄 동조

연일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적인 진실이 보도되고 있다. 수십 년이 흘러간 오늘 그 기사들을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비극적이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한켠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비방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최근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일베(일간베스트)'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비방과 왜곡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일베' 온라인에서는 지금도 이른바 '홍어' 등 전라도 비하 발언부터 '광수'로 대표되는 북한군 개입설 등 왜곡으로 가득 찬 정보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다.

이 조사는 '5.18'로 검색해 수집한 모니터 대상 게시물(단순 사담 제외) 263개 중 절반이 넘는 170개(64.6%)의 글이 높은 추천수를 기록해 '일베'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5.18에 대한 '일베'의 집착이 대단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명예훼손죄에 그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들 왜곡과 비방 행위에 대한 처벌은 기껏해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5.18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일 뿐이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며, 심지어 불기소 처분도 많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 과정의 집단살해는 이미 "헌정질서 파괴 범죄행위"로 단죄된 국가범죄다. 따라서 그 국가범죄에 대한 부인(否認)과 왜곡 그리고 비방 행위는 단순히 명예훼손에 그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약속한 공공질서를 공공연하게 파괴하는 행위이며, 이는 '국민선동죄'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더 이상 개인적 법익인 모욕죄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법익인 공공질서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나치 학살 왜곡은 국민선동죄 형법으로 처벌한다

히틀러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즉 '홀로코스트'는 독일만이 아니라 인류의 비극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이 학살행위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행위가 단절되지 않았고 오히려 네오나치에 의해 발호하는 양상도 존재해왔다. 이는 유럽 전체의 집단지성에 대한 도전으로서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은 지속적으로 모색돼왔다.

이른바 '부인주의'(否認主義, Negationism)는 "역사적 사실의 공개적 부인"을 의미하는 신조어로서 일반적으로 "집단살해의 부인"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기존 독일 형법 제130조의 국민선동죄는 폭력이나 증오를 선동하는 행위가 동시에 "인간 존엄"을 침해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었지만, 1994년 10월 28일 중대범죄대책법(Verbrechensbekämpfungsgesetz)을 통해 현행 독일형법 제130조 제3항에 독자적인 홀로코스트부인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이 규정이 신설되면서 특정집단에 대한 폭력·증오 선동행위로 처벌하는 경우(제130조 제1항)에도 "인간 존엄의 침해" 요건을 "공공 평온의 침해"로 대체했다.

여기에서 범죄구성요건은 행위를 통해 "공공의 평온"이 이미 침해되는 '결과'를 요하지 않으며 심지어 구체적으로 위태롭게 할 '위험'의 발생도 요구하지 않는다. 행위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데는 그 행위로 법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우려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기억과 왜곡 사이의 5.18 - '기억의 형법'을 위한 시론>, 박학모,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2015 참조).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5.18 광주에 대한 왜곡행위 처벌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제기한다. 그런데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독일기본법 제5조)의 제한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하지만, 홀로코스트 부인은 이미 입증된 명백한 허위사실로서 "의견 형성"에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해 아예 헌법적 보호를 배제하고 있다.

또한 현재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행위는 단지 명예훼손 혐의에 국한됨으로써 일차적으로는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의 차원에서 친고죄로 규정되고 있다. 이 역시 해당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형사소추 기관이 피해자의 고소와 무관하게 직권 소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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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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