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피해자, 118번째 사망

전직 삼성 반도체 노동자 故 이혜정 씨, 추석 당일 사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이혜정 씨가 지난 4일 사망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1월 이후 삼성 계열사에서 발생한 118명 째 직업병 사망자다.

고(故) 이혜정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5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기흥 공장에 취업했다. 그리고 3년간 반도체 웨이퍼를 굽고 씻어내는 일을 하다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독성물질이 사용됐고, 작업 대부분은 수동으로 이뤄졌다.

근무 기간 내내 이 씨는 두통과 구토 등에 시달렸다. 퇴사 이후에도 팔과 어깨가 저리고 손이 붓는 등의 증세가 있었다. 손이 부어서 주먹조차 쥘 수 없게 되자 병원을 찾았고, 2013년 '전신성 경화증' 판정을 받았다. '전신성 경화증'이란 몸이 서서히 굳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희귀병이다.

이후에도 이 씨는 손이 괴사되고 폐가 굳는 등의 증상에 시달렸고, 결국 추석 당일인 지난 4일 세상을 떠났다. 앞서 이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이 씨의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15년 '반올림'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무 당시 경험을 증언했다. 삼성 측이 진행한 교육은, 노동자의 안전이 아니라 반도체 웨이퍼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과거 삼성 반도체 및 LCD 공장에서 일했던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증언이다. 노동자들이 다루는 화학 물질이 위험하다는 사실, 거기에 노출되면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감춰졌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 직업병 피해 제보자는 5일 기준 320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07년 11월 이후 사망자는, 이 씨를 포함해서 118명이다. 반도체 및 LCD 부문 사망자는 80명이다.

(아래 동영상은 반올림이 지난 2015년 유튜브에 게재한 이혜정 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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