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여사, 남상태에게 1000달러 수표 다발로 받아"

강기정 의원 폭로…"대통령 동서 황태섭 주선으로 김 여사 만나"

연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통해 연임 로비를 했고, 이 과정에서 김 여사 등에게 1000달러 짜리 수표 다발을 건넸다고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다른 '폭로'로 맞대응 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강 의원은 1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법무부 이귀남 장관을 상대로 "남상태 사장은 지난 2009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 씨가 골프를 치다 쓰러져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에 찾아가 김윤옥 여사의 일정을 알아냈다"며 "이후 대통령의 동서인 황태섭 씨의 주선을 받아서 청와대에 접촉해 (남상태 사장이 자신의 부인으로 하여금) 김윤옥 여사를 만나도록 해서 연임 로비를 했다. 이 과정에서 1000달러 짜리 아멕스(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수표가 김윤옥 여사와 황태섭 씨에게 다발로 건네졌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당시 김윤옥 여사는 정동기 전 민정수석에게 남상태 사장을 챙기라고 했고, 정 전 수석은 (그해 2월) 15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연임을 시키라는 뜻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즉 '남상태→김재정→황태섭→김윤옥→정동기→민유성'으로 이어지는 '로비 루트'가 있었다는 것이다. 남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즉 김윤옥 여사의 남동생인 고 김재정 씨와 중학교 동창이다. 강 의원이 거론한 황 씨는 이 대통령의 동서며 이 대통령 후원회 사무국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강기정 의원실

이에 이귀남 장관은 "(그런 일은) 들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거액의 수표가 오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저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이같은 의혹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해서 수사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이 장관은 "수사할만한 가치가 있으면 하겠지만…"이라고 말한 뒤 "단순 루머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고 잘랐다.

강 의원은 또 "지난 3월 경에 남상태 사장과 김재정 씨의 관계가 의혹이 증폭되니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팀에서 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김윤옥 여사가 감찰팀장에게 전화해 흐지부지되는 일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처음 들어본다. 근거 자료를 주면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민유성, 정동기 만난 사실 시인했는데 "만난 사실 없다"고?

이 과정에서 "정동기 전 수석과 민유성 회장이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강 의원의 질문이 나오자 이 장관은 "만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만난 사실을 등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정 전 수석과 민 회장이 만난 사실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민 회장이 직접 시인했던 사안이다. 민 회장은 당시 "(언제 만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민정수석과 산업은행장(산은지주회장)이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 장관은 "(민정수석은) 전체 민정을 관여하기 때문에 (민 회장과)만날수 있다고 보지만 이 건(남상태 연임 로비)으로 인해 만났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만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만났다는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대우조선 압수수색 영장 폐기 외압 장본인은 법무장관"

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강 의원은 김준규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거론하며 이 장관에게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 수사는 언제부터 시작됐느냐"고 따졌다. 이에 이 장관은 "(지난 8월) 임천공업을 압수수색할 때부터 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그러나 임천공업 압수수색 이전인 7월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이 무산됐던 일을 거론하고 "지난 7월에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 영장을 작성했다가 외압에 의해 폐기했다"고 주장하며 "그 외압의 당사자가 (이귀남) 장관이다"라고 주장했다.

ⓒ강기정 의원실
▲ 강기정 의원이 제시한 남상태 연임 관련 여권 인사 관계도 ⓒ강기정 의원실

이에 이 장관은 "영장 반려 사실을 국정감사에서 알았다"며 강 의원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영장이 작성됐다가 반려됐던 사실은 시인했다. 이는 수사가 늦춰졌다는 강 의원의 주장을 뒷바침하는 것이다.

강 의원은 "(이 장관의 고려대 선배인) 천신일 회장의 도움으로 장관이 됐다는 얘기도 있다"며 영장 반려의 배후에 천 회장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저는 (천 회장 도움으로 장관이 됐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이어 "이 사건을 무마하려는 라인은 '청와대 김윤옥 여사-권재진 민정수석-노환균 중앙지검장 라인', 그리고 '대우해양조선의 상임고문인 오동섭-이재오 특임장관-김준규 총장 라인'이다"라고 주장했다.

남 사장 수사와 달리 천 회장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강 의원은 "천 회장 수사는 깃털이고, 남상태 연임 로비 사건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김윤옥 여사를 통한 연임 로비 의혹을 덮기 위해 천 회장 사건을 서둘러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제기된 의혹을 조사하지 않으면 천신일을 백번 조사해도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을 파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폭로'에는 '폭로'로…한나라, 청목회 사건 연루 의원으로 강기정 지목

강 의원의 '폭로전'에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이 또 다른 '폭로전'으로 가세했다. 이 의원은 "(강기정 의원이) 청목회 자금 수령으로 (검찰) 수사가 거론되는 의원이라고 듣고 있는데, 청목회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자신을) '정치희생양'이라고 할 명목 축적용으로 하는 폭로"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검찰, 법무부, 대통령 영부인을 거론하며 무책임한 막가파식 질의를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에 없던 일"이라며 "여의도 시정 잡배도 이런 찌라시 소설은 안 본다. 근거를 제시하고 팩트를 제시하라"고 강 의원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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