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논쟁? 공장식 사육부터 없애자

[복지국가SOCIETY] 동물 복지 없으면 인간 복지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개고기 식용 금지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대한육견협회 등 개 사육장을 운영하는 분들이 개를 철장에 가둔 채 거리 시위를 하고, 동물 보호단체들은 그 앞을 가로 막으며 눈물로 반대 시위를 했다. 개 식용은 미개하고 국가 망신이라는 주장에 대해, 개를 먹는 것은 우리 고유의 식생활 전통이라는 주장으로 맞받는다. 그리고 소, 돼지, 닭은 아무렇지도 않게 먹으면서 개만 안 된다는 것이냐는 반발로 이어져 누리꾼들 간 동물 복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동물 복지는 본격적 정치 이슈가 되었다. 대통령직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운영한 '광화문 1번가'에서도 국민 제안으로 가장 많이 올라온 것이 동물 복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최근 농약 달걀 파동을 계기로 각종 동물 복지 대책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도 최근 동물 복지 국회포럼은 '밀식 사육 문제와 동물 복지 농장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공리주의의 창시자로 알려진 제레미 벤담(1789년)은 <도덕 및 입법의 원리서설>이라는 저서에서 동물 학대를 방치하면 인간에 대한 학대로 이어질 것을 경고했다. 영국의 헨리 솔트는 이미 1890년에 동물 복지를 넘어 "동물의 권리"를 정리하여 책을 쓰고, 이를 위한 사회 운동을 시작해 소와 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 제정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세계적인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도 동물에 대한 도살 금지와 생명 존중의 사상에 기초해 채식주의를 선택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동물권과 관련한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공장식 사육, 인간을 병들게 하다

많은 국민은 <동물농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유기견 문제와 학대받는 동물을 가슴 아파 하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프로그램의 강형욱 조련사를 통해 동물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지만 대체로 지금까지는 우리 사회의 동물 복지가 시급하거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생태계와 배치되는 비정상적이며 상업적인 공장식 사육은 이미 인간에게 광범위한 폐해를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 발생한 농약 달걀 문제의 본질은 A4용지 한 장 정도의 케이지 같은 닭장에 3마리의 닭을 키우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좁은 공간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와 육계의 손상을 막기 위해 부리를 자르고, 깃털을 뽑는 등의 만행이 자행돼 왔다. 정상적인 방사 사육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흙 목욕만 할 수 있어도 없어질 수 있는 진드기를 좁은 공간에서 공장식 사육을 하는 닭에서는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닭장 소독에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고, 이것이 닭과 달걀에 잔류 농약으로 남아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 것이다.

공장식 사육을 유지하려면 항생제를 과다하게 투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동물들에게 투여한 항생제가 인체에 남아 이제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간이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패스트푸드를 장기간 먹은 여성이 햄버거의 패티에 들어 있는 고기를 섭취한 후 항생제 내성이 생겨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 공장식 사육의 문제점을 다룬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잡식 가족의 딜레마>의 한 장면. ⓒ황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올해 8월부터 농민 등 일반인들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었던 동물용 의약품에 대해 우선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백신, 기타 신경·순환계 약물 등 97종의 의약품을 시작으로 수의사 처방제가 시행되었다. 그리고 동물 백신에 대해서도 수의사 처방제를 확대하는 등 동물 의약품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최근 AI 사태의 경우에도 유럽이나 일본은 감염된 동물의 치사율이 각각 6%와 4% 수준에 불과한데 우리나라와 중국은 90%를 넘었다. 이것도 근본 원인은 밀식 사육으로 인해 전파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축산을 많이 하는 경기도 일부 지역의 경우, 시 외곽에 수만 마리의 가축들을 살처분하고 매몰 처리한 이후, 이들 동물들이 썩은 물과 피고름으로 오염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출되어 농촌 지역은 우물을 폐쇄하고 상수도 배관을 연장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동물 학대 방지, 실효성 높여야

반려동물 학대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동물을 목줄로 질질 끌고 가는 경우가 보고되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와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동물복지법에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 구체적으로 동물 학대의 내용을 명기해 금지를 법제화하고 있다. 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역 동물 지킴이 등을 조직화해 동물 학대자들의 명단 발표, 경찰 고발, 집 앞 시위 등의 행동화와 조직화를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시 경찰이나 주 경찰이 아니라 연방 경찰(FBI)에서 동물 학대를 담당한다. 동물 학대를 흉악 범죄로 이행하는 전 단계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과 조사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학대한 당사자를 처벌할 때는 제도적으로 심리 상담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동물의 고통 공포를 인간의 고통 공포로 인식하도록 하는 수업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동물 복지와 생명 윤리 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는 주도 있다.

강아지 공장 대신 공공 유기동물 보호소를

직접적인 구타나 괴롭힘 외에도, 유기와 방임도 학대의 중요한 형태다. 어릴 때는 귀엽고 작으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데, 동물의 덩치가 커지면 사료 값이나 소음 문제 등으로 유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최근에는 이들 유기견들이 들개로 전락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보도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급속히 증가한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제정된 <반려동물 등록제>는 '등록 대상 동물의 소유자는 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 등을 위하여 시장·군수·구청장·특별자치시장에게 등록하여야 한다'고 법제화되어 있다. 현재 이런 규제는 여전히 강제 조항이 아니고 처벌 조항도 없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동물 유기의 금지도 마찬가지로 법제화는 되어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다.

실질적인 반려동물 등록제를 제대로 해야 한다. 전자 칩 이식을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자 칩 이식 비용이 두당 5만 원 정도로 부담이 적지 않고, 무자격자가 시술하거나 저가로 시술하면서 이식한 칩이 체내에 돌아다니거나, 시술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용 부담을 없애고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동물 복지의 공공화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동물 유기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대책이 필요하다. 아직 모유 수유도 끝나지 않은 어린 강아지를 분양한다거나, 쇼 윈도우에서 귀엽게 보이게 해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마치 소나무를 억지로 분재로 만들 듯이 강아지에게 수유를 제한해 자라지 못하도록 하고, 진정제를 투약해 짖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도 발생한다. 수백만 원의 고가 반려견이 거래되면서 급기야는 대규모로 강아지를 생산·공급하는 공장이 등장하고 있다.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한편,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채택되어 유기 동물을 입양할 경우 국가가 20만 원의 보조금을 주는 제도가 실제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나, 유기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기 동물 입양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상업적 매매가 아니라 기초 지자체 단위의 공공 유기동물 보호소의 운영과 입양을 제도화해야 한다.

반려동물 사료, 동물 병원도 질 관리해야

동물 복지를 위해서는 동물 사료에 대한 질 관리도 필요하다. 가축용 동물의 사료는 2차적으로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유해하므로 적극적인 처벌이 가능하지만, 반려동물 사료의 경우 그에 따른 규정이 없어 항생제를 넣거나 동물 부산물을 넣어서 제작하더라도 규제할 방도가 없다.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규제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또 동물이 다치거나 아파도 수의병원의 경우 정해진 수가도 없고 가격도 비싸서 제대로 진료를 받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수의병원을 설치하여 직접적인 수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민간 병원이 근거 없이 고가의 치료비를 받지 않도록 질 관리와 더불어 가격의 정상화를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반려동물에 세금을 투입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왜 동물을 기르지 않는 국민에게까지 비용을 부담시키느냐는 반발이다. 하지만 동물 복지는 이미 다수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안 할 수 없는 정책 분야가 됐으므로, 정부가 이를 적극 홍보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도 적정한 수준의 부담금을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공공 동물보호소 운영, 공공 수의 병원 등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

개 농장 적극 규제해야

마지막으로 동물 복지 관점에서 개 식용은 어떻게 봐야 할까. 개 식용 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사회적인 관심을 유발하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의미는 있으나, 개 식용 금지를 법제화하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실효성이 낮고 많은 한계가 있다. 동물 학대 금지 조항의 적용을 강화하여 식용을 위한 비인도적인 도살을 못하게 하는 방안이나, 개 사육이나 도살에 각종 위생 관련 규정을 실질적으로 준수하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이력 관리가 안 된 유기견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실질적으로 유용할 것이다.

이미 반려동물의 생산, 전시, 수입, 판매, 미용, 운송, 장례에 대해 동물복지법에 관련 업종의 등록이 의무화되어 있고, 동물 생산업은 한층 더 규제를 강화해 '허가 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개 식용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 역으로 개 농장과 공장형 생산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국민이 개를 먹고 있다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개의 사육과 도살 등에 대한 정부 개입의 당위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카라

이제 실제로 단속 인력을 배치하고, 미등록 기관을 처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개 식용 금지의 법제화 논의와 별도로, 공장식 사육에 대해 시급히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공장식 사육을 하는 곳에서 동물 사체를 먹이거나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엄청나게 투입하는 등의 사례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농림부가 각종 가축전염병 예방법이나 방역법 등에 근거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불응할 경우 폐쇄하는 등의 방법으로 점진적인 폐쇄를 시킬 수 있으므로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정부의 의지와 방침이다.

동물 복지 없이는 인간 복지도 없다

동물 보호가 실효성 있게 집행되려면 관련 법률을 집행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담당 공무원을 확보하고, 지방자치단체마다 관련 조직이나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 동물보호 관련 시민단체와 애견인들을 명예 감시원 등으로 활용하는 등 민-관 협력 체제를 통해 현장에서 활동할 간접적인 행정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동물복지 정책과를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통 공약으로 요구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애견 동물과 사료 시장 등 관련 시장의 규모를 모두 합해도 연간 3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AI나 구제역 등 특정 질환의 유행으로 직접 피해와 처리 비용 및 살처분으로 인한 보상 비용 등의 누적금액이 17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이제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기계식 사육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동물 복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또한 우리 국민도 사육 환경의 개선을 위해 치킨 한 마리 가격이 5000원에서 7000원으로 오르는 부담을 감수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제 동물 복지 없이는 인간 복지도 불가능한 시대로 가고 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촛불 민주주의는 생활 민주주의로 확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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