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김종이 구축한 '스포츠 적폐'는 아직도...

[최동호의 스포츠당] 체육계 눈물은 누가 닦아줍니까?

최근 들어 학교체육부에서 폭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서울, 청주, 목포, 의정부, 옥천 등의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개가 어려운 운동부 폭행의 특성상 피해자들은 장기간의 폭행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마지막 선택으로 경찰에 신고했으리라 짐작합니다.

매년 벌어지는 입시비리도 발생했습니다. 체육특기자 입학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인천대학교 체육학부 교수가 체포됐습니다. 축구협회에선 전직 회장을 포함한 전·현직 고위 임원 11명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축구협회 고위 임원은 경찰조사에서 "써도 되는 돈이라고 생각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체육현장의 빈번한 판정시비와 갑질, 비리, 조직 사유화는 오늘도 어린 선수들과 어머니의 가슴에 시퍼런 멍을 새기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취임사 중 한 대목, 잊지 못합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김소형 씨를 안아 주셨을 땐 복받쳤습니다. 무언가 뜨거운 불덩어리가 가슴 속에 꽉 찼고 뭔지 모를 응어리가 풀어졌습니다. 그때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5월 광주를 보고 눈물 흘리지 않으리'.

취임 후 70일이 지난 후 100대 국정과제가 나왔고 하나씩, 둘씩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씩 옮겨 가실 때, 기다렸습니다. '체육계도 이제 바뀌겠구나', '체육계도 이제 변하겠구나'. 이곳에도 적폐라고 하는, 한 줌 권력을 쥔 자들의 오만함이 구태와 구습으로 쌓여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체육계만은 하수상한 세월입니다. 대통령님, 체육계도 한 번 안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니 포옹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 한 번 가져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과거로 돌아가는 체육계가 너무 위태로와 보여서입니다. '스포츠 정의'의 보루라고 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보여줬습니다. 후배를 폭행한 역도 선수는 자격정지 10년을 받았는데, 음주폭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재벌그룹 회장의 아들, 승마선수는 '견책'에 불과했습니다. 비리와 구설수로 물러났던 자들이 체육회로 복직했고 이들이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습니다. 체육회는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이전에 홈페이지나 언론 브리핑 등으로 공개됐던 기본적인 정보들은 다시 차단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느꼈던 음습함이 다시 느껴집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설왕설래도 도를 지나치고 있습니다. 체육예산의 90%를 책임지는 자리에 야구선수 출신 스타와 유명 개그우먼 남편의 이름이 오르내린 건 실망스러웠습니다. 여권 실세들이 뒷배라지만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추천이야말로 정실이지 않겠습니까? 프로스포츠협회 존폐, 스포츠개발원 원상회복 등 김종 전 차관의 그늘을 걷어내는 일들은 아직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입니다. 후보 시절 공약하셨지만 초등 스포츠 강사 처우 개선도 난망한 상황입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의 체육정책은 대통령님께서 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에서 상당히 후퇴했고 체육전반을 아우르지도 못했다는 것이 체육계의 일반적인 평이기도 합니다.

좀 배운 분들은 대개 스포츠에 대해 두 가지 특징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첫째는 무시하거나 잘 안다고 생각하는 확증이고 두 번째는 스포츠 자체보다 스포츠의 정치적 활용을 분석하는 경향입니다. 현재 문체부가 지난 정부의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있고 체육단체 인사마저 표류하는데다 스포츠악(조직 사유화, 인권 침해 등) 척결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청와대 비서관 이상급에선 체육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한 번쯤은 체육계 여론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시급한 국정 과제가 산적한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체육을 잘 안다고 하는 몇몇 여권 실세들의 의견이 아니라 체육 저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용하던 체육계가 시끄럽습니다. 지금이 바로 들으셔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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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YTN 보도국 스포츠부 기자를 시작으로 IB스포츠 신사업개발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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