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1000km 늘어난 北 미사일, 무얼 노렸나?

北 미사일 '괌 사정권'…"핵·미사일 로드맵 따른 것"

북한이 지난 8월 발사한 미사일보다 비행거리가 1000km 더 나가는 미사일을 쏘아 올린 배경은 두 갈래로 관측된다. 괌 타격 능력 입증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와 '미사일 고도화'라는 자체 계획에 따른 기술적 의도라는 것이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최대고도가 약 770km, 비행거리는 약 3700km에 이르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이라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지난 8월 29일에도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인 화성 12형을 발사한 바 있다. 당시 미사일은 최대 고도가 약 550km, 비행거리는 약 2700km 정도로 파악됐다. 이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고도가 200여km, 비행거리는 약 1000km 정도 더 늘어난 셈이다.

일반적으로 IRBM의 비행거리를 3000~5000km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이번 발사도 중거리 탄도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고도와 거리를 볼 때 화성 12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지난 8월 발사 이후 불과 보름이 갓 지난 상황에서 북한이 또 다시 IRBM을 쏜 의도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괌 포위 사격 계획을 야금야금 실행해 나가는 일종의 '살라미 전술'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8월 29일 IRBM 발사의 경우 발사 방향이 괌을 향하지 않았고 비행거리도 괌을 타격할 정도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방향은 틀었지만 거리는 자신들이 발표한 괌 포위 사격 계획 거리인 3356.7km 이상을 날아가게 했다"며 "다음은 방향을 괌으로 향하게 하고 거리를 3000km로 짧게 떨어지게 해서 위협을 더 높일수도 있다. 괌 포위 사격이 (북한의) 허풍이 아닐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괌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의 기술적 완성도를 과시함으로써 미국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은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방향을 일본 북쪽 상공을 지나 괌에서 멀리 떨어진 태평양에 낙하하도록 설정함으로써 미국과의 긴장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IRBM이 아니라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미사일이 ICBM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거리가 길다는 점에서 ICBM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화성 14형을 8000~9000km의 ICBM으로 보았을 때 3700km는 가능한 사거리"라며 "비행거리가 3700km인데 비행 고도는 770km라면 고도를 낮게 하여 사거리를 줄이는 일부 저각 발사를 적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6차 핵실험 직전 북한이 공개한 장구형 기폭장치와 함께 핵탄두 도면에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고 적혀있었다"며 "괌 포위사격 계획에 대한 소위 '맛보기'는 8월 29일에 했으니 지난번 6차 핵실험을 한 탄두를 실제 실어서 날려 보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음 순서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지난 11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를 채택한 것과 관련, 북한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런 시험 발사는 그렇게 쉽게 준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구체적인 핵 개발 계획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그 사이에 나오는 제재나 미국의 반응 등은 실행을 위한 명분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자신들에게) 다가올 다양한 상황을 예측해 정교한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를 만들어 놓고 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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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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