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은 있고 '남상태'는 없다. 왜?

[김종배의 it] 천신일 수사는 '꼬리 자르기'인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사정권에 들어온 것 같다. 어제와 오늘의 보도를 종합하면 그렇다. 천신일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이수우 대표로부터 40여 억 원의 금품을 받았으며 이 중에는 천 회장 자녀 3명이 임천공업과 그 계열사 두 곳의 주식 매입대금 25억여 원어치를 되돌려 받은 것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수우 대표가 이렇게 진술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조만간 천 회장을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작지 않은 사건이다. 천신일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그렇다. 천신일 회장이 이수우 대표로부터 금품을 건네받는 대가로 임천공업의 대출 청탁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종합하면 대통령 최측근의 비리사건으로 볼 만하다.

그래서 일각에서 제기한다. 천신일 회장 수사를 계기로 검찰이 본격적으로 사정에 나설지 모른다고 내다본다. 검찰이 대통령 최측근까지 사법처리하면 수사 형평성 논란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다른 사정에 나설 수 있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일각의 분석이 빙산의 일각만 보고 내놓는 것이기에 그렇다.

▲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연합

천신일 회장 이름이 나오기 전에 먼저 거명된 인물이 있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다. 남상태 사장이 연임 로비를 벌였고, 남상태 사장의 로비자금 출처가 이수우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있었다.

천신일 회장 이외의 로비 경로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한겨레'는 지난 8월 11일 남상태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 씨(작고)의 친구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와도 친분이 있으며,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과 처남-매제 사이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6일 대우조선해양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인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정권 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최측근으로 통하고, 다른 한 사람은 영포회 사무국장을 지낸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도 있다. 강기정 의원이 추가한 게 하나 더 있다. 검찰이 지난해 남상태 사장 유임 로비 의혹에 대해 조사하다 중단했고, 수사를 재개해 6월 15일 압수수색 영장까지 작성했다가 폐기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누가 봐도 확실하다. 제기된 의혹을 추리면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이다. 정권 실세와 인사청탁과 검은 돈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이다.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어제와 오늘 보도된 검찰발 기사에선 정권 실세들의 면면은 고사하고 남상태 사장의 이름 석 자조차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천신일 회장만 등장한다. 그에 얽힌 혐의점도 대출 청탁과 금품수수, 즉 개인 비리에 한정돼 있다.

천신일 회장이 비록 대통령 최측근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위상이 큰 인물은 아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고, 시세조종을 통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기에 그렇다. 그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그렇기에 그의 비리가 새롭게 밝혀진다고 해서 정권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검찰이 현재 캐고 있는 혐의는 개인 비리에 국한돼 있지 않은가.

정반대로 해석하는 게 옳다. 검찰의 '천신일 수사'는 더 큰 사정을 위한 초석 깔기가 아니라 더 큰 사건을 덮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남상태 연임 로비'에 얽힌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현미경 수사를 하지 않는 한 이런 잠정 판단은 유효하다.

그래서 주목한다. 천신일이 검찰 수사의 종착점인지, 아니면 경과점인지 예의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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