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여건 조성되면 북한에 특사 파견"

트럼프 '화염과 분노' 발언에 "군사 행동 실행 의지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의 여건이 갖춰진다면 북한에 특사를 보낼 수 있다면서, 이산가족을 위한 적십자 회담과 군사 당국 회담 등 남북 회담 재개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연 문 대통령은 북한에 특사를 보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화의 여건이 갖춰지고 그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그 때는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의 여건이 갖춰져야 하고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 도발이 멈춰야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17일 문재인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과 군사분계선 상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당국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가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지난 10년 동안 단절을 극복해내고 다시 대화를 열어나가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조건으로 북한의 추가적 도발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지난 7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의 시험 발사를 두 번이나 진행했다. 이에 북한에 대한 대북 정책을 전환하게 되는 이른바 '레드라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여기에 핵 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점점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단계에서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막아야 한다. 만약 북한이 또 도발한다면 더 강한 제재 조치에 직면하고, 그러면 북한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에 "더 이상 위험한 도발을 하지 말라"라고 경고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가하더라도 결국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적 합의"라며 "전쟁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수출을 3분의 1이나 차단하는 유례 없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결의했다. 여기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제재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강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와 화염", "군사적 방안이 장전돼있다" 등의 발언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한 결의를 보이면서 북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는 실행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했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멈추게 하고 핵 포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전쟁은 없다는 말을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믿으시길 바란다"며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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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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