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속도조절 "괌 미사일 포격, 美 행동 지켜보겠다"

매티스 "북한, 괌에 미사일 쏘면 게임 시작" 경고

북한이 괌 주변 해역에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이른바 '포위 사격' 계획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미국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라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1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한 자리에서 "전략군이 준비하고 있는 괌도 포위 사격 방안에 대한 김락겸 대장의 결심 보고를 청취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사격 방안을 오랜 시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관계자들과 협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북한 전략군 사령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괌 주변 포위 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어 다음날인 9일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은 이달 중순까지 사격 방안을 완성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격 명령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 지역에서 정세를 완화시키고 위험한 군사적 충돌을 막자면 우리 주변에 수많은 핵 전략 장비들을 끌어다 놓고 불집을 일으킨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조선반도 정세를 최악의 폭발 계선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에 한마디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괌에 대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좀 더 시일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발사 계획을 세우고 김 위원장에게 보고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단순한 보여주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미국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는 점에서 실제 발사할 계획이 없으면서 그저 위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을 이대로 두면 그냥 발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럴 의지와 능력이 확고하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괌 포위 사격 계획을 발표한 이상 20일이 지나서도 김정은이 겁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당화할 명분이 필요하다"며 "이를 만회할 극적인 계기, 변곡점이 없다면 북한은 발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별다른 상황 변화 없이 오는 21일로 계획돼있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될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 훈련에 미국의 전략 자산이 대거 투입된다면 북한은 이에 대한 반발로 미사일을 택할 가능성이높다.

실제 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우리 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한미 양국의 반응 및 UFG의 훈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14일(현지 시각) "북한이 만약 미국을 공격한다면 급격히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괌 포위 사격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이날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곧바로 포착할 수 있고, 괌을 타격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요격할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이를 실행한다면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포위 사격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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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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