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을 비롯해 안보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강력한 국방력이 있어야 협상력도 강해진다'는 통념에 비춰볼 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방향이 품고 있는 '의도하지 않은, 그러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결과'도 따져봐야 한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대규모 국방비 증액 계획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기 상업주의'와 이상한 '케미'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위대한 동맹론'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는 "양 정상은 한미 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은 6월 30일 CSIS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단순히 좋은 동맹이 아니라 '위대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하면서, "위대한 동맹은 평화를 이끌어내는 동맹"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그는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국은 미국 방위산업업체에서 대량의 무기들을 구매하고 있다(give big orders). 록히드 마틴에서 F-35 전투기를 구매했고, 유례없이 많은 양의 군사 장비들을 구매하고 있다. 그건 아주 좋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이라고 치켜세운 데에는 이러한 장삿속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한다.
이에 앞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4월 27일 미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한국이 무기 획득 예산의 90%를 미국 무기 도입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장삿속을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공포 마케팅'을 앞세워 한미동맹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미국의 이런 행태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처럼 노골적이고도 염치없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무기 상업주의가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삼는 문재인 정부의 자주국방 노선과 만나면서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는 현재 GDP 대비 2.4% 수준의 국방비를 임기 내에 2.9%로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러한 정책이 실현된다면, 한국의 국방비는 현재 약 40조 원에서 2022년에는 60조 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현재 10~30배 차이가 나는 북한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한국의 국방비 증액분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은 미국 군수 산업체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세 가지 동반 성장의 가능성을 잉태한다. '북핵 증강-한국 국방비 증액-미국 무기 판매 증가' 사이의 악순환이 바로 그것이다. 냉정하게 볼 때, 한미 양국이 대규모의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면서 북한에게 핵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북한도 핵 군비 증강으로 맞설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는 곧 한국의 국방비 증액 사유로 작용하게 되고 이는 곧 미국의 무기 수출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잉태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미국의 군산복합체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이익의 초점을 한국을 무기 시장으로 삼는 데에 둘수록 한반도의 평화는 멀어지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비 증액 계획을 신중하고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핵심적인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압도적인 국방력을 바탕으로" 대북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도 재고가 필요하다. 군사적 힘을 통한 북한과의 대화 추구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춘 미국도, 북한보다 10~30배나 많은 국방비를 쓰고 있는 한국도, 그리고 두 나라의 군사적 결집체인 한미동맹도, 꿈틀거리고 있는 한미일 삼각 동맹도 실패한 접근법이다.
왜 그럴까? 그건 군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협상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군사적 힘에 의한 평화와 협상은 북한이 신봉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북핵 해결을 다짐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대규모 국방비 증액의 '기회 비용'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임기 내에 GDP 대비 2.9%까지 국방비를 증액하려면, 5년 동안 매년 10% 정도씩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5년간 누적 국방비 증가분은 50조 원 안팎에 달하게 된다. 이는 거꾸로 5년간 국방비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면, 일자리와 복지와 같은 시급한 민생 분야 재원 마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방비 증액을 3% 정도로 상정해도 민생 예산 확보에 도움이 된다.
진정한 국방개혁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고비용 저효율'의 적폐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꾸는 데에 두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의 청사진이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깔고 있다면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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