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케어'에는 '따뜻한 가슴'이 없다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서민 복지 지출 삭감으로 부자감세 벌충이 목적

"지난 5월 4일 하원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건강보험 법안은 실제로 '째째한' 편이었지만, 지난 6월 22일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트럼프케어에는 '따뜻한 가슴'이 들어 있다. 나는 상원 법안을 적극 지지한다……이제 오바마케어는 죽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날 오후 트윗을 통해 상원에서 공개한 새로운 건강보험 법안을 평가한 말이다. 과연 '따뜻한 가슴'이 넘치는 건강보험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오는 목요일(6월 29일) 상원에서 표결할 트럼프케어(공식 명칭은 '건강보험 조정 개선법안)에는 전혀 '따뜻한 가슴'도 없고, 가난하고 병들고 유약한 노인층과 장애인에 대한 연민의 정도 없고,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 수준에도 훨씬 뒤처지는 낮은 수준의 복지 개념이 만든 작품일 뿐이다.


왜냐하면, 폐기될 운명에 처한 오바마케어의 목적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 한 명이라도 더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연방 정부가 예산 지출을 늘려 보조금을 제공하는 데 반하여 트럼프케어는 저소득층 7000여만 명이 혜택을 받는 현행 메디케이드(Medicaid) 확대 계획을 폐지하여, 절약한 세수로 슈퍼리치와 대기업의 대대적인 세금 감면 및 감소를 시행하려는 '조세 개혁'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상원의 트럼프케어 법안을 '날 강도질'이라고 혹평한다. "상원의 건강보험 법안은 건강보험과는 무관하다. 이 법안은 고된 삶에 허우적거리는 임금노동자에서 부자들에게 부(富)를 대대적으로 이동하는 첫걸음이다." (워싱턴 포스트, 6월 22일).


미 언론 다수는 지난 5월 하원에서 통과한 트럼프케어와 상원에서 표결할 트럼프케어 간에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의미 있는 큰 차이는 없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오바마케어와 상원의 트럼프케어 간의 법안 제정 과정과 적용 내용 면에서의 중요한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 보겠다.


우선 법안 제정 과정을 보자. 오바마케어 법안은 무려 2000여 페이지로 적어도 1년이 넘는 의회의 공개 토론 과정 끝에 제정된 것이다. 반면, 상원의 트럼프케어는 겨우 142쪽의 얇은 문서로 공화당 상원의원의 의견도 청취하지 않고 매코널 공화당 원내총무와 그의 참모 서너 명이 밀실에서 급조한 법안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디온은 "공화당은 분명 양원과 일반 국민에게 트럼프케어 법안을 공개 토론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하여 극비리에 급조했다"고 혹평했다. ("트럼프케어의 3가지 거짓말", 6월 26일)


또 하나, 법안 제정 과정에서 눈여겨볼 사항은 법안의 공식 명칭이다. 여기서 '조정(Reconciliation)'이란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케어는 상원에서 60표를 얻어 통과했다. 그런데 트럼프케어는 '조정'안으로 제출되었기 때문에 의사진행 방해를 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50표와 부통령의 '동점을 깨는' 투표가 합치면 상원 통과가 가능한 법안이다. 현 상원 의석 수는 공화당 52, 민주당 48이다. 공화당은 2명 이상의 상원을 잃는 경우 이 법안 통과는 좌절된다. 현재 공화당은 이 법안 통과에 최소 5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오는 목요일에 있을 상원 투표에 사활을 건 상원 의원 설득 전쟁이 치열할 것을 예고한다.


상원 통과 가능성 반반


이제부터 법안 내용을 비교해보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차이가 나타난다.
첫째, 트럼프케어에는 보험가입의무와 미가입 시 내야 할 벌금 조항이 없다. 건강보험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려는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유럽 선진국과 한국 등의 전 국민 보험제도에 크게 뒤처진다.

둘째, 트럼프케어에는 거의 모든 가입자가 현재 받는 보험 보장과 보험 혜택을 잃게 되거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노인층과 장애인, 저소득 임금노동자의 보험료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셋째, 빈곤층 의료보장(Medicaid)은 연방정부가 지난 1965년부터 52년간 시행해온 복지 후생 계획(Entitlement)으로 65세 미만 저소득층과 장애인에게 주는 의료보조 권리이다. 주목할 점은 이 제도는 연방정부가 오바마케어 제정 훨씬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2014년부터 시행한 오바마케어는 보험가입 의무를 강요하고 보험의 범위와 보조금을 확대하여 현재 신규가입자 수를 무려 1100만 명이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트럼프케어는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특히 메디케이드 확대를 중단하여 연방 정부의 복지 지출을 축소하려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절약한 세수를 부자와 대기업의 '세금 감면'을 보충하는데 사용하려는 '꼼수'이다.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이 극구 반대하는 이유이다.


끝으로 상원의 트럼프케어 법안이 오는 목요일에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을 짚어본다.


지난 26알 중립성향의 의회예산국(CBO)이 트럼프케어 법안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전격 공개했다. 이 분석 자료의 핵심 내용은 아래의 세 수치로 요약할 수 있다.


1. 신규 보험 미가입자: 트럼프케어가 시행되면 2026년에 2200만 명의 새로운 보험 미가입자가 발생할 것이다.

▲트럼프케어가 시행되면 2026년에 2200만 명의 새로운 보험 미가입자가 발생할 것을 보여주는 CBO 통계. ⓒCBO

2. 280%의 보험료 인상: 트럼프케어가 시행되면 나이와 연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16년에 평균적으로 현재 보험료의 280% 인상이 발생한다.

3. 7720억 달러의 정부 재정 적자 축소: 트럼프케어가 시행되면 2026년에 약 8000억 달러의 재정 적자가 줄어든다. 이 재정 적자 감소는 불행히도 거의 100% 오바마케어 가입자에게 주던 메디케이드 보조금의 폐지로 인해 발생한다.


위와 같은 내용의 의회예산국 분석 결과가 알려진 직후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반응은 "상원의 건강보험 법안은 "국민의 건강 보장 권리를 박탈"한다며 상원의 상정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반대로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상원 통과가 가능하다고 장담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보수 강경파가 이 법안이 오바마케어와 너무 닮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표결이 이루어진다면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이다. 그리고 한두 명의 상원 의원이 "메디케이드 보조금 폐지로 자신의 출신 주의 보험 미가입자 수가 크게 늘기 때문에 적극 반대한다"고 하지만 끝까지 반대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현재로서는 트럼프케어가 상원을 통과할 확률은 50대 50이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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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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