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의 가족들은 19일(이하 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우리 아들인 오토 웜비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으로의 여행을 마감했다"며 이날 오후 2시 20분에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고향인 신시내티로 돌아온 이후 엿새만이다.
이들은 웜비어를 치료해주던 신시내티 메디컬 센터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 아들이 북한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학대는 오늘 우리가 겪은 이런 슬픈 일 외에 어떤 결과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서 웜비어가 북한에서 가혹한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그가 지난해 3월 재판 이후 식중독 증세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을 보이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웜비어의 가족들은 "아들이 지난 13일 신시내티로 돌아왔을 때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볼 수도 없었다"면서 "비록 이제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집에 왔기 때문인지 평화로워 보였다"고 말했다.
웜비어의 사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잔혹한 정권"이라며 규탄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정부 전산망 개혁 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과 기본적인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이라면서 "웜비어의 죽음은 이런 정권에 의해 자행된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결심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국무부와 미국 정부를 대신해 웜비어 가족에게 애도를 표명한다"며 "북한은 웜비어의 부당한 투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불법으로 감금돼있는 세 명의 다른 미국인들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웜비어의 사망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가 공식 발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주 하원 외교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한 여행 비자에 규제를 두어야 하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시민이 북한에서 억류된 이후 혼수상태로 돌아왔을뿐만 아니라 사망하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안그래도 좋지 않았던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경우 미국 정부로서도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고 그해 3월 체제 전복 혐의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올해 들어 미국은 웜비어 석방을 위한 북한과 접촉을 시작했고 지난달 미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한과 첫 직접 만남에 나섰다.
이어 윤 특별대표는 이달 초 뉴욕에서 지성남 유엔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났고 지난 12일에는 북한을 방문, 웜비어의 석방 및 송환을 이끌어냈다. 당시 북한은 웜비어의 송환은 '인도주의적'인 예외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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