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블랙리스트, 자리 걸고 막지 그랬나" 되레 큰소리

"주 책임자보다 덜 책임져야 할 사람 구속시킨 이유 뭔가"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하면 본인이 막아야죠."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무혐의를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서 전날 검찰이 제시한 공판 조서 내용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어떤 보고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열린 1차 공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작성의 책임까지 묻는다면, 살인범을 낳은 어머니에게 살인죄를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며 반문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비유는 빈틈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지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는 이날도 역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원 배제 등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공무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블랙리스트 목격 사실을 털어놓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과거 검찰 측 증인 신문 당시 문예기금 지원 사업 관련해 청와대 교문수석실에 보고했고, 최종 35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하게 된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저렇게 체계적으로 명단까지 만들어 성의 있게 보냈는데 우리가 무시할 순 없으니 우리도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으냐"고 말한 바 있다.

유 변호사는 이 발언을 인용하며 "이게 소위 블랙리스트의 원조 격"이라며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하면 본인이 막아야지, 그렇지 않고 '성의를 보인다'고 했다"며 비판했다.

이어 "증인은 2014년 7월 9일 마지막 (박 전 대통령) 독대 때 '반대하는 편을 안고 가겠다고 분명히 하시지 않았나. 큰 사건이 벌어지고 사회적 갈등이 벌어질수록 반대편 사람 안고가야 하지 않나?'하고 건의 드렸다고 한다"며 "이런 사람이라면 블랙리스트를 막기 위해서 조치를 취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딱 부러지게 '내 양심이 비춰서 블랙리스트는 반헌법적 행위라 문체부 장관으로서 용납 못 한다'며 직을 걸고 막든, 사퇴하든 해야지 무슨 이런 말이 안 되는 말을 하느냐"고 비아냥거렸다.

유 변호사는 김상옥 전 문체부 예술정책관 증인 신문 조서를 인용하며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이 증인에게 명단 건네줬고, 명단 찍힌 대상자의 이력을 검색해서 정치활동 경력, 정당지지 성향 등을 표시해 주었다고 대답했다"며 "그렇다면 블랙리스트 작성에 누가 먼저 책임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주 책임자보다 덜 책임져야 할 사람을 구속시킨 이유가 뭔지 제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에도 "공무원들의 증언들을 쭉 들어 보면 자신들은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런 구질구질한 소리를 하지 않고, 나 같으면 사표를 내고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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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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